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o May 20. 2021

오늘도 잘생겼네요

그 남자의 영업비밀


나는 거의 매일 동네에 있는 헬스장에서 운동을 한다. 평소와 같이 헬스장에 갔는데 트레이너와 눈이 마주친 순간 인사를 했다. 그 트레이너는 갑자기 나에게 “오늘도 잘생겼네요.”라고 했다. 인사 한번 나누지 않았던 트레이너가 처음으로 나에게 건넨 말이었다. 나는 순간 당황하여 “네?” 이렇게 말을 하였는데 트레이너는 다시 한번 웃으며 “오늘도 잘생겼네요.” 라고 정확히 얘기를 했다.


그 순간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져 탈의실에서 진짜 오늘도 정말 잘생겼는지 거울로 확인을 하였다. 왠지 나도 모르게 진짜 잘생겨 보이는 착각이 들었다. 원래 나는 거울을 잘 안 보는 편인데 그 날 거울만 100번이 넘도록 봤다. 이상하게 볼 때마다 잘생겨 보였다. 거울 속에는 원빈이 있었다. 역시 말의 힘이란 대단했다.


그 이후로도 그분은 나를 볼 때마다 항상 “아(감탄), 오늘도 잘생겼네요”라고 해주셨다. 가끔씩은 그 말을 듣기 위해 헬스장에 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어김없이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옆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도 잘생겼네요.” 분명 나한테 한 얘기는 아니었다. 그분은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그 말은 그냥 그분의 영업 방식이었던 것이었다. 젠장. 아무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잘생기지 않았는데 잘생겼다고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었다. 그걸 안 순간 다시 ‘거울 속 원빈’이 아닌 ‘거울 속 골룸’이 보였다.


진짜 신기하게도 그분의 “오늘도 잘생겼네요”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진짜 오늘도 잘생겼나?” 이런 착각이 든다. 이상하게 거울을 보면 진짜 잘생겨 보인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나도 탈의실 안에서 춤이 저절로 나왔다.


그래도 한동안 오늘도 잘생긴 남자로 살아봐서 재밌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말한다는 것을 안 순간 현실로 돌아왔지만 말이다. 그분들도 하루빨리 착각 속에서 나오기를 바란다. 하하하


누군가 갑자기 여러분을 칭찬하기 시작한다면 한 번쯤은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다. 착각 속에 빠져 우리 모두 원빈과 이나영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인간의 간사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