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자랑은 헬스장에서 합시다
"이번에는 꼭 권사가 돼야 한다면서 김 아무개 집사는 교인들 밥 사주느라 바빠 공천받을라고"
"임 아무개 집사도 장로 후보 되겠다고 요즘 돈 많이 쓰고 다녀~ 그래서 애들 수련회 헌금 많이 했잖아"
"헌금 1억 정도는 낼 수 있어야 장로 후보가 될 자격이 있다고 담임이 그랬대~ 최 아무개 집사는 아무래도 힘들겠어 이번에는... "
마치 정치판에서나 들을법한 소리 소문들이 교회에서 떠돈다.
이름뒤에 붙을 집사님 권사님 장로님의 타이틀을 달기 위해서는 공천을 받아야 한다. 마치 인기투표인 양 서로가 서로를 추천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지만 그들은 매서운 눈으로 누가 누구를 밟고 권사와 장로가 될 것인가 지켜보고 있다. 그들은 임직자의 직분이 마치 교회에서 얻는 완장이라도 되는 줄 알고 있다.
어깨 힘 빡 주고 내가 이 교회 장로고 권사임을 자랑스러워한다.
내가 이 교회에 얼마나 열심히 헌신했는지 알아달라는 간절한 호소는 아무래도 임직자 공천에 유리할 것이다. 임직을 완장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헌신 없는 혼신의 힘을 다해 타이틀을 얻기 위해 피 터지는 투표가 이어진다. 직분자로서의 무게는 새의 깃털처럼 가볍기만 하다.
헌금을 많이 해서 교회 원년 멤버라 혹은 새벽예배 수요예배 금요예배 주일예배 다 드릴 정도로 열정이 남달라서 혹은 권사 장로정도는 해야 할 나이라 당연히 얻어야 하는 타이틀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직분을 얻을 때 교회는 그들의 놀이터가 된다. 교회라는 이름의 놀이터에서 수많은 사람들 사이 완장을 차고 권력을 쥔다고 생각해 보자! 얼마나 짜릿한가! 교회의 재정과 현안들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이자 부목사들과 전도사를 향해 갑질도 해볼 만한 자리 아니 인가. 교회의 어르신한테 누가 감히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디모데전서 3장에는 교회에서는 어떤 이들이 직분을 얻어야 하는지 매우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1. 선한 일을 도모하는 자
2. 책망할 것 없는 신중하고 절제된 삶을 사는 자
3. 어려운 이웃을 챙기고 대접하는 자
4. 술 (혹은 유흥)을 멀리하는 자
5.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 자
6. 돈을 사랑하지 않는 자
7. 자기 가족을 잘 다스리는 자 (자기 가정도 다스릴 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하나님의 교회를 돌 볼 수 있겠습니까? 디모데전서 3장 5절)
8. 교회 안에서 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불신자들에게도 좋은 평을 받는 자
9. 더러운 이익을 탐내지 않는 자
성경 말씀에서는 교회 안팎으로 행동과 태도 그리고 생각이 곧은 삶의 소유자 그래서 모든 결정과 그에 따른 행동과 태도와 언어가 일치가 되는 사람에게 직분을 주라고 하고 있다. 왜냐면 그들이야 말고 걸어 다니는 교회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헌신과 리더십은 교회를 더욱 튼튼히 만드는 뼈대 역할을 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교회에서 임직자들은 교회를 받드는 뼈대 역할을 하고 있는가?
물론 있을 것이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감사밖에 할 게 없는 인생이라며 교인들을 향해 헌신하고 남을 돕는데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하는 직분자들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들의 진심과 사랑을 흐리는 미꾸라지 같은 임직자들도 있다. 그런 이들을 어떻게 구분하냐고? 쉽다. 그들 삶에 열매가 있는가 없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열매는 절대 돈으로 욕심으로 맺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열매는 노력과 헌신 긍휼히 여기는 마음으로만 만들어지는걸 그들은 절대 알 수 없다. 그렇게 살아보지 않은 사람의 인생에서는 열매는커녕 다른 이를 향한 비아냥거림과 자만심 밖에 없다.
아브라함은 소돔과 고모라를 멸하고자 했던 하나님을 설득하려 애를 쓴다.
하나님! 50부터 시작합니다. 딱 50명의 의인이 있으면 멸하시겠습니까? 아니 50은 좀 많으니까 45 어떠세요? 괜찮죠? 45? 50보다 딱 5명 적은 숫자입니다만 그래도 45 괜찮지 않습니까? 45도 괜찮으시면 40. 딱 그 정도만으로도 만족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진짜 염치없는데 30은 어떠세요? 그럼 20을 어떠세요? 이왕 맘 쓰시는 거 10명! 콜! 10명! 하지만, 소돔과 고모라는 단 10명의 의인이 없어서 사라졌다.
난 교회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교회의 뼈대, 중심이 될 수 있는 정말 진실된 일꾼이 단 10명이라도 있다면 그 교회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10명이 없는 교회는 와르르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외국에서 30년 가까이 살고 있는 1.5세 이민자로서 바라보는 한국인은 유난히 타이틀을 좋아한다. 그냥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되는 문화 때문에 쌩판 모르는 이름 뒤에도 선생님, 사장님, 어머님 아버님을 붙인다. 그 타이틀 뒤에는 상대를 존중하라는 뉘앙스가 있음을 안다. 그 독특한 한국인 문화는 교회에서 이상하게 진화가 되었다. 그리고 마치 교회를 대표하는 어르신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한다. 교회를 대표하는 건 예수 그리스도 밖에 없는데 말이다.
교회에서 완장차고 힘자랑 돈 자랑 명예 자랑 하려는 이들이 있다면 당신은 알아야 할 것이다. 그들이 지금 찾아야 할 곳은 헬스장이나 동창모임이나 명패가게지 교회가 아니라는 걸.... 그리고 그런 이들이 중심이 된 교회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럼 당신은 어디로 갈 것인가?
당신이 건강한 뼈대가 되던지 엉망인 뼈대를 발라내던지 아니면 그곳을 떠나던지...
참 머리 아픈 선택이겠지만 옳은 선택을 하길 바란다.
그래도 아주 위안이 되는 건.... 의인이 아직은 적당히 있는지라 이 땅의 기독교가 아직도 살아있네~ 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