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을 더하다.

N 잡러의 미술관

by MamaZ

잘 나가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 사실 매사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을 보면 신기할 뿐이다. 나는 무슨 일을 행함에 있어서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로 일을 진행한 적이 없다. 매번 간당간당하게 불안함을 느끼지만, 그 불안이 날 엄습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묶어놓는 일만큼은 막았다. 그저 정말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떻게든 나 자신을 그 자리에 질질 끌고 왔고 그 자리에서 버티게 했다. 넘치는 자신감은 결코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참고 견디는 일만큼은 잘했으니까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걸 정말 싫어했던 내가 모국어도 아닌 영어로 강의를 시작하자 미쳐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숨이 턱턱 막혔다. 나에게는 천부적으로 잘하는 무언가가 없었다. 언어를 잘하지도 못했고 영특한 두뇌도 특출 난 재능도 없던 내가 막상 강의를 맡게 되었고 나는 미칠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아무리 두려워도 나는 15년을 버텼다. 15년이 지난 지금 나는 어떤가? 변함없이 두려움을 느낀다. 심장이 벌렁대는 그런 두려움 말이다. 그래서 지금도 내 인생 최고 명언은 "닥치면 (다) 한다" 다.


사실 인생은 참고 견디는 일의 연속이다. 삶은 단 한 번도 계획대로 진행된 적이 없고 시행착오와 실수의 반복인데 이때 버티고 참고 견디는 것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래서 인간의 인생은 피곤하다. 요즘 말대로 진심 개피곤하다.

예술 작품을 소개하고 그 작품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느껴야 할지를 가지고 강의를 하는 내게 Seurat의 작품 La Grande Jatte는 특히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작품이다. 워낙에 유명한 작품으로서 현재 시카고 미술관에 걸려있다. 이 작품은 일요일 오후 사람들이 공원에 모여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인데 가로 3미터 세로 2미터 정도의 큰 규모다. 이 작품이 유독 인기가 많은 이유는 이 작품이 모두 작은 점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엄청난 노동력이 빚어낸 작품으로서 가까이에서 보면 아주 작은 붓으로 여러 색감의 점을 레이어로 만들어 형체를 나타낸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우선 겉 테두리를 보면 붉고 푸른 점으로 이뤄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작가는 작품의 밑그림을 이 두 개의 색으로 표현한 듯하다. 아마도 인물들과 배경의 차이를 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작품의 색이 전반적으로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가까이 보면, 수많은 점이 촘촘히 그것도 너무 다른 색이 함께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Seurat는 이 작품을 만들며 눈알이 빠질 것 같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 촘촘하게 찍어야 하는 점들을 찍기 위해서 그는 반복되는 자세를 취했을 것이고 분명 목과 어깨의 통증을 달고 살았을 것이다. 실제로 그가 이 작품을 끝내는 데 있어서 3년의 시간이 걸린 것은 매우 당연해 보인다. 하루 종일 3년 동안 점만 찍었을 모습을 상상해보면 짠하기까지 하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해?

하루에도 수십 번 붓을 집어던지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3년에 걸쳐 완성을 했고 지금까지도 점묘화의 끝판왕으로 불리며 인상파 화가로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심지어 전 세계 사람들이 이 그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감격하니 Seurat의 피나는 노력은 충분히 훌륭한 열매를 맺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난 단 한 번도 Seurat의 작품이 아름답다고 느낀 적이 없다. 나는 그의 작품이 고통스럽다고 느껴진다. 원래 작가들은 작품을 하나같이 자신의 자식처럼 분신처럼 여기며,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임신과 출산에 비교하기도 하지 않는가? 그만큼 온 정성과 힘을 기울인 작품의 과정을 상상할 수 있기에 차마 아름답다는 표현으로 단순화시킬 수가 없었다.


Seurat의 인내와 고통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한 점 한 점이 다 노동이었기에 그 어떤 "점" 즉 마킹이 중요하지 않고 별 볼 일 없는 거라 말할 수 없다. 수천수만 아니 수백억 점들 모두 다 너무 소중하고 중요하기에 이 작품의 의미는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는 그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참고 인내하고 버텼다.


Seurat의 작품에서 보듯 인생은 그렇게 기다림과 인내의 연속이지만, 그것이 모여 한 덩어리를 이루고 그 덩어리는 형체를 이루고 그 형체는 명화를 만든다. 다 때려치우고 포기하고 싶어도 무수히 점을 찍어내려야 하는 이유다.


포기하지 않고 사라지지 않고 내가 있어야 하는 자리를 매번 지키는 것.

그게 인생을 명화로 만드는 비법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