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mmendo: 수선, 수선한 부분

레티첼로는
올을 빼내고,
창문이 될 빈공간을 만드는 걸로 시작한다
비워진 공간에서는
남아있는 올들이
역할을 새로 부여 받는다.
새로운 실로
원단의 일부였던 그 올들을 직조하듯
다시 엮어
더 탄탄한 조직으로 만드는 과정이
Punto rammendo이다.
머리카락보다 얇은 올을
세아리고,
잘라내고,
다시 엮어가는 작업을 하다가
잘라서는 안되는 올까지 잘라버렸다.
창문이 될 벽체가 허물어졌다.
눈 앞이 깜깜해진다.
이것을 복구할 수 있을까
어느날 갑자기 암진단을 받고
나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치료는 끝났지만
몸상태는 예전같지 않다.
뭐라도 좀 해볼라치면
절벽에서 수직낙하하듯
컨디션이 급격하게 나빠진다.
하루 무리하면
3,4일은 다시 앓아 눕는다.
언제쯤이면 나는 예전으로 돌아 갈 수 있을까
차오르는 눈물을
밥처럼,
꾸역꾸역 삼키다보면
가라 앉았던 몸이
조금씩 물 위로 떠오른다
끊긴 다리를 다시 놓으려 애를 써 본다.
위태위태 다시 실을 던진다.
힘 조절이 필요하다
평소처럼 당겼다가는
실을 걸친 조직까지 연쇄붕괴될 판이다
끝 부분을 여유 있게 남기고
실을 살짝 걸쳐만 놓고
한 땀 한 땀 숨죽이며
Punto rammendo를 해 나간다
가슴을 가로질러 긴 흉터가 남았다
간신히 수선된 조직이
정상일 수는 없다
그걸 바라면 내 욕심이겠지.
이것으로 만족해야 해
어쨌든
나는 가라 앉지 않았고
끊긴 길을 다시 이어냈다.
이제 모티브를 올릴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