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nto vapore를 하다 보면 가끔 그런 순간이 온다.
머리와 꼬리가 엉키는 순간.
그것들이 한데 엉켜서
빠지지 않고 잠기는 순간.
들어갈 때는 하나, 한 몸이었으나
지금은 각각 다른 두 개의 몸.
평상시처럼 힘으로 당기면
꼬리가 빠져나올 거라 생각하고 힘껏 당겼는데,
아뿔싸.
완전히 잠겼다.
이 실, 저 실을 당겨서 살펴봐도
도무지 뭐가 꼬리인지
꼼짝도 하지 않는다.
제기랄.
늘 이런 순간은 마지막 하나이다.
이것만 하면 한 단락이 끝나는데
잘라내고 포기하기엔 너무 아깝잖아.
16번째의 punto vapore였는데.
어느 것이 머리였는지, 꼬리였는지.
먼저 나가고, 마지막에 남아야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무엇이 나고, 내가 아닌지
구별할 수 없이 잔뜩 한데 엉켜
뒹구는 시간.
폭발물을 해체하기 위해
마지막 한 가닥의 전선줄을 선택해
잘라내야 하는 사람처럼
가위를 들고 잠시 고심하다가,
자르는 대신
살살 거꾸로 푸는 방식을 택했다.
저기로구나.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꼬리가 버티고 있는 지점이 보인다.
너도 vapore가 되고 싶었던 게로구나.
내려오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는 녀석을
살살 달래서 풀어놓고,
바늘에서 실을 빼어 다시 정돈시켰다.
마지막 부분이라
실은 보풀이 일어 너덜너덜해졌다.
이래서 실은 길게 쓰면 안 돼.
구불거리는 실을
다시 꼬임에 맞게 만져주고,
말썽을 부린 꼬리를
잘라낼까 말까 망설였다.
원래대로라면,
미련 없이,
용서 없이 잘라야 해.
끝이 풀려버린 꼬리는
또 사고를 치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말이지.
한 몸이었으면서,
머리가 될 수도 있었는데도
실을 잡는 내 방향 때문에
꼬리가 되어 버렸고,
처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올 사이를 힘겹게 통과하며
버텨왔는데,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끝난 실로 버려져야 하는 게
좀 그렇잖아.
알고 보면
네가 시작이었는데 말이지.
그래서 나는,
그 녀석을 잘라내는 대신
실을 적당히 당겨서
머리와 꼬리를 바꿔주었다.
이 다음엔 네가 머리야.
너는 꽃잎이 되거라.
너는 나일 수도,
남일 수도,
개일 수도,
늑대일 수도 있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어차피 하나였고,
무언가 되고 싶어하는 건
당연한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