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출장 후 첫 출근이라 밀린 업무가 많았습니다. PC를 켜고 쌓여 있는 메일을 정리하며 오늘 해야 할 일을 메모장에 적고 있었는데, 영업 이사님이 잠시 보자며 회의실로 들어오라고 하셨습니다.
출장 중에 어떤 실수를 했는지, 혹은 신입 채용과 관련해 조언을 구하려는 것인지 여러 생각이 스쳤습니다.
회의실에 들어가자 이사님은 편하게 앉으라며 갑자기 2팀 팀장님과 함께 출장 다니는 것은 괜찮은지 물으셨습니다.
이어서 2팀이 담당하는 지역의 영업 동향, 경쟁사 상황, 영업 전략 등에 대해 질문하셨습니다. 예상치 못한 질문들이라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물어보는 내용에 대해 알고 있는 부분을 솔직하게 답변했습니다.
이야기를 다 듣더니, 이사님은 갑자기 2팀의 영업 방향이 잘못됐다며 격양된 목소리로 꾸짖듯 말씀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이상한 점은, 이사님이 하는 말은 사실 팀장이나 부장, 과장에게 해야 할 내용인데, 이제 막 1년 차인 사원에게 그 말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2팀의 전략이 잘못됐다는 말은 결국 팀장의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이를 사원에게 전달하는 상황 자체가 커뮤니케이션 순서가 잘못됐다고 느껴졌습니다.
속으로는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대들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였기에 조용히 듣고만 있었습니다. 말을 다 하신 이사님은 해당 내용을 2팀 팀장님에게 전달하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을 듣고 이사님이 직접 팀장에게 전달해야 할 내용이라 생각되어, “팀장님 복귀 후 직접 말씀해 주시면 어떨까요?”라고 조심스럽게 여쭈었지만, 이사님은 별다른 답 없이 회의실을 나가셨습니다.
사내에서는 이사님과 2팀 팀장님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사실이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 역할을 맡기니 난감하게 느껴지는 하루였습니다.
+추가. 1팀 부장님이 카카오톡으로 이사님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물어보셔서 있었던 일을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부장님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며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추가. 그날 대표님 회의에서 들은 바로는, 이사님이 귀가 얇은 편이라 주변에서 들은 부정확한 이야기에 흥분한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최근 매출이 부진해 2팀 담당 지역을 가져오고 싶어 그런 말을 하신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왔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