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살,호주 한달살기
말하기 싫지만 내 옆모습을 굉장히 싫어한다. 입이 툭 튀어나와 보이는데 눈도 살짝 삐져나와 있기 때문이다. 굉장히 멋없는 옆모습이다 — 사진으로 보면 특히 흉하다. 그래서 항상 신경 쓰이는 사람과 있을 때는 억지로 입에 힘을 준다. 하루는 혼자 시드니에서 물안경을 쓰고 바다에 들어갔다가 작은 복어를 봤는데, 입이 튀어나와 있는 게 살짝 안쓰러웠다.
(사실 복어는 프로필 사진 같은 걸 찍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내가 잘 살고 있는 복어를 망치는 말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우스메이트인 Jenny 씨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나이가 어릴 때는 원래 가장 예쁠 때라서 한참 후에 그때 사진을 다시 보게 되면 그것 — 튀어나온 입 — 과 비슷한 사소한 것들이 잔뜩 쌓여 자신만의 매력으로 느껴진다는 말을 했다. 그림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가끔 어딘가에 제출하기 위해 그림들을 모아 놓으면 — 얼마 되지도 않지만 — 다 파쇄기에 집어넣어 버리고 싶어진다. 뭔가를 까치처럼 모으다 보면, 나중에 그것들이 겹겹이 쌓여서 하나로 보일 수 있을지가 항상 궁금하다.
Jenny와 공용으로 사용하는 그녀의 집 — 시드니의 두 번째 숙소 — 는 그녀가 하는 말과 정확히 일치한다. 처음 왔을 때 나중의 내 집이 이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하나하나 모은 물건들이 조화롭게 모여 있었고 동시에 자연스러운 생활감이 묻어 나왔기 때문에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한때 내가 방의 모든 물건을 바꾸고 새로 사들여 놓았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그녀는 외모에 대해서는 그렇게 멋진 말을 남겼지만, 정작 내가 집을 칭찬하자 부끄러워하며 ‘mismatch’라는 말을 썼다. 나는 그것이 오히려 매력 — 각기 다른 장소와 경험에서 모인 것들 —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젊었을 적 하나하나 사 모았다는 멋진 티팟 컬렉션은, 분명히 내가 장식을 위해 티팟을 한꺼번에 샀다면 그런 느낌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학교를 그만두고 나서 일찍 일어나지도 않았고, 매일 운동을 하거나 집안일을 도우지도 않았다. 시드니에서 혼자 보낸 첫 크리스마스 때는 친구가 내가 부탁했던 고등학교 축제 무대에 선 동영상을 보내왔는데, 그날은 유독 날이 흐리고 추워서 길에 있는 모든 사람이 서로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산타클로스 모자를 쓰고 있다는 점 빼고는 재미있는 일이 없었다. 나는 그냥 사람들 사이를 혼자 — 기념품 가게에서 웃돈을 얹어 파는 — 산타클로스 모자를 쓰고 울적하게 돌아다니고 있는 사람이었어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해준 한국의 친구들에게 경쾌한 답장을 보내거나 애써 인스타그램에 나도 혼자지만 멋진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다는 걸 증명할 사진을 찍을 기운도 없었다. 갖고 싶었던 타원형의 원석 목걸이를 우연히 구하게 되어 잠깐 기분이 들떴지만, 차가운 침대에서 고등학교 축제 동영상을 보고 있자니 학교를 그만뒀다는 사실이 엄청나게 후회되기 시작했다.
Jenny의 집 부엌에 있는 구식 가스레인지는 성냥에 불을 붙이고 동시에 밸브를 돌려야 하는 구조였는데, 나는 당연히 성냥은커녕 라이터의 사용 경험도 없었으므로 손가락을 여러 번 데인 이후로 마트에서 조리된 음식을 사 오게 되었다. 배가 고팠지만 그날은 하필 남은 음식도 없었기 때문에, 미뤄둔 설거지를 하기로 했다. 그릇에 눌어붙은 계란을 긁어내면서 나는 머릿속으로 매번 남긴 학교 급식이 지금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고, 당연히 그것은 울적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데에 아주 효과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