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B교육의 꿈은 실현될 수 있을까?
❚IB가 뭐길래?
2020년 2학기로 예전에 근무하던 중학교에 복직을 했다. 복직하자마자 해당 중학교는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관심학교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IB는 1968년 스위스 제네바를 기반으로 설립된 IBO (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agization)에서 개발, 운영하는 국제 인증 학교 교육 프로그램이다. 초등(PYP; Primary Years Programme), 중등(MYP; Middle School Years Programme), 고등 교육과정(Diploma Programme)이 각각 연계성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구시교육청과 제주교육청에서 적극적으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IB가 추구하는 교육은 개념 이해 및 탐구학습을 통한 자기주도적 학습자 역량 중심 교육이다. 이를 통해 탐구, 사고, 원칙, 배려, 균형, 지식, 소통, 열린마음, 도전, 성찰의 가치를 함양한 인재를 기르고자 한다.
❚IB에 대한 첫인상과 설레임
우리 두 아이는 미국에서 5년간 입시경쟁에서 자유로운 교육, 그리고 크리스찬 교육을 감사하게도 잘 받고 귀국했다. 치열한 입시 경쟁 대한민국은 귀국 첫 한달 만에 불안함과 두려움으로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자연을 즐기고 신앙심을 키운 그 세월 동안 우리 아이들은 시간안에 빨리 문제를 푸는 훈련은 해 본 적이 없다. 그런 교육을 선택하면서도 언젠가 귀국후 우리 아이들이 겪어야할 고충을 미리 그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에 머무는 기간동안 만이라도 인간적인 교육을 받게 해보고싶었다. 예상대로 귀국 후 맞이한 대한민국의 교육은 여전했다. 여전히 어린 초등생부터 재수생에 이르기까지 그 수십만 대한민국 아이들은 제한된 시간 안에 정답 하나 찾기 맹훈련을 하고 있었다.
❚국제교육과정 IB교육에 푹 빠져봄
귀국해서 여름방학을 무사히 보내고 본격적이 2학기가 시작되었다. 이제 그 정신없는 대한민국 교육의 다람쥐 쳇바퀴 훈련에 우리 두 아이를 투입시켜야 하는 날이 드디어 덜컥 와버렸다. 나 역시 예전에 근무하던 중학교로 복직했다. 여전히 우리는 해도해도 너무 한 한줄 세우기 교육에 아이들을 내몰고 있다. 그런 현실이 다시 나의 마음을 혼란하게 했다. 그러던 중 IB본부에서 운영하는 IB 온라인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설레임과 커다란 기대로 IB연수를 시작했다.
유학을 하고 온 지 한 두 달 밖에 지나지 않았기에 세계 각지에서 근무하는 영어 교사들과 영어로 진행되는 IB DP 교사대상 연수는 나의 도전의식을 자극했다. 복직 후 첫 학기였던 2020년도 2학기 내내 그 연수에 빠져 있었다. 과제를 해내느라 새벽 4시에 기상하는 일상을 다시 시작했다. 일본, 미국, 영국 등 다양한 나라의 젊은 교사들과 함께한 온라인 토론 및 과제 공유는 다시 배움의 즐거움을 충분히 가져다주었다. 아직 꺼지지 않은 나의 학구열을 다시 불태우며 IB DP 교사 과정을 잘 마무리했다.
❚국제교육과정 IB 그리고 대한민국의 독특한 현실
내가 들은 연수는 IB의 고등학교 과정인 DP 과목 중 외국어 습득이라는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를 위한 연수였다. 당시 고등학교 교사로 지원할 마음이 있던 터였기에 그 연수를 신청했다. 연수를 듣고 난 후 IB교육에서 추구하는 외국어 교육의 방향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당시 유학을 마치고 처음으로 풀어본 2020학년도 대학수능 영어 시험은 충격이었다. 미국에서 5년 가량 머물면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한 나에게도 그 시험은 절대 호락호락한 시험이 아니었다. 수능영어와 IB 영어는 단적으로 이렇게 달랐다.
주어진 지문을 읽고 제한 시간 안에 답을 찾는 능력을 키움.
퍼즐 조각 맞추는 영어
지식의 소비자가 되는 영어
훈련하는 영어
남의 생각을 집어 넣는 도구로 영어
세계와 자신을 이어주는 도구로 영어 사용 능력을 키움.
글 하나를 온전히 완성하는 영어
지식의 생산자가 되게 하는 영어
창조하는 영어
자신의 생각을 꺼내는 도구로 영어
추구하는 바가 아주 상이하다. 수능영어는 선발 즉 한 줄 세우기 위한 도구로 영어가 철저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잘 말해준다. 한편 IB영어는 기준점을 통과하는 지 아닌지가 중요한 절대평가 과목이다. 결국, 생각을 전하는 도구로서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지를 파악한다. 아주 이상적인 평가이다. 그런데 과연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에 제대로 적용이 될 수 있을까?
논술형 영어 시험을 채점하는 기준부터가 문제이다. IB 영어의 평가는 평가자의 전문성을 철저하게 보장되어야 가능한 일들이다. 연수를 수강하면서 학습자들의 서술형 글을 평가해 본 적이 있었다.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무엇보다 다소 주관적 판단이 들어가는 과정이었다. IB 교육의 평가는 철저하게 평가자들의 전문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수험생이 자신의 성적에 이의를 제기하면 재채점을 해줘야 하는 규칙이 있다고 했다.
과연 우리나라 수험생들에게 재채점의 기회를 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 수험생 전원이 자신이 원하는 점수를 얻지 못할 경우 대거 재채점을 요청하는 사태가 발생할 게 불 보듯 훤하다. 진정한 언어 능력 평가보다는 객관성이 먼저인 우리나라 입시 현실에서 IB교육이 추구하는 고차원적인 언어 능력은 과연 어떻게 객관성을 유지하며 평가될 수 있을까?
❚학부모가 바라본 IB
중2인 아들의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학부모로서 IB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마음의 주저함은 지울 수가 없다. IB 교육과정은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을 키우기 위한 최고의 교육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학 입시에서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 오히려 페널티가 있는 듯 느껴진다. IB교육을 이수한 학습자는 국내 대학교 입시 중 수시전형, 그것도 수능 최저를 요구하지 않는 학과에만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IB 교육을 추구하는 IB인증 고등학교는 학교 수업에서 대학 수학능력 시험을 대비하는 수업을 해주지 않는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는 순전히 각 개개인 학생들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던져진다.
또한 수능최저의 조건이 없는 학과만 지원할 수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현실이다. 대부분 수험생이 가고자 하는 인기 학과는 수능최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현재 고2학생들이 내년 대학 입시 실적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IB 교육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을 겨냥하여 최근 대구시내 몇 개 대학교의 의학계열 학과는 수능최저없이 약간 명의 신입생을 선발하도록 교육청과 의논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IB 교육과정 이수자만을 염두한 사안이 아니기에 IB 교육 이수자들에게 그다지 희소식은 될 수 없다.
❚영어교사가 바라본 IB
영어 교사로서 IB교육은 참 이상적이다. 하지만 또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참 교사의 역량이 아주 많이 요구되는 교육과정이기도 하다. 4년마다 다른 학교로 전출되는 공립 교사들의 인사원칙상 4년간 IB교육을 위한 역량이 키워진 교사가 있다하더라도 결국 다른 학교로 전출을 가야한다. 그리고 그 자리는 IB교육 역량이 이제 키워질 교사로 채워진다. 교사의 전문성과 역량이 관건이 IB 교육을 그렇게 해마다 IB 무경험 교사들이 와서 근무를 해야한다면 과연 그 수업의 질은 기대한 수준에 미칠 수 있을까?
❚앞으로가 문제다.
IB교육은 인천 송도에 있는 채드윅송도국제학교나 제주 국제학교(BHA 국제학교 블랭섬홀 아시아)와 같은 사립학교에서 실시되고 있었다. 하지만 공교육에서 IB 교육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아주 획기적인 일이다. 과연 공교육이 지켜야 할 많은 규제와 원칙을 지키고 동시에 IB교육과정 이수자들이 페널티없이 대학교 진학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IB교육의 공교육화는 사뭇 기대되는 횡보이다. 객관성과 공정한 인재 선발을 해야 하는 대학교들이 IB교육이 내거는 절대평가 체제를 어떻게 해석하고 수용할 것인지 앞으로가 문제이다.
❚IB 교육과정에 대해 더 자세한 사항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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