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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Sep 24. 2024

#37. 내 마음방 정리

:별을 헤아리듯 내 마음도

❚반가운 두 분

같은 시간대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이미 함께 있는 듯 하다. 오늘 오후에 드디어 다른 시간대에 살던 두 사람이 나의 시간대로 건너왔다. 지금이 오후 2시니까 거기는 밤 12시겠네. 여기가 아침 6시니까 그곳은 오후 4시겠네. 아니지 지금은 섬머 타임을 하는 기간이니까 14시간이 아닌 15시간의 시차가 있는 시기지.... 지난 4년간 공연히 난 머릿 속으로 이런 시간 계산을 하곤했다. 누군가가 그리워질 때는 더욱 그랬다. 귀국하고 마음 깊은 곳에서 늘 그리워 하던 두 분이다. 늘 그 두 분을 내 마음에 꼭 들고 있으려고 의식적으로 애를 썼다.   

   

❚마음이 놓이지 않는 시기

미국 유학을 끝내고 귀국 후 내 마음은 참 불안불안했다. 생활도 직장도 가정도 터전도 모두 리셋이 된 상태로 다시 하나 하나 새롭게 일궈야 하니 그 마음이 매일 천연덕스러울 수는 없었다. 더욱이 느긋한 천성을 타고 나지 못한 나로서는 귀국 후 적응 기간은 그야말로 마음이 놓이지 않던 시절이었다. 사실 아직도 그 적응기가 끝났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내 직장과 생활 터전이 어느 정도 안정되어 가니 이제는 리터니인 들이 사춘기라는 인생의 대격동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 아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내 마음도 불안 불안하다. 아들에게는 최대한 의연한 엄마인 듯 보이려 노력 중이지만 나의 눈빛에서 표정에서 완전히 그걸 숨기고 있는 지 확신할 수 없다.

      

❚마음을 어디에 둬야 할지 알아야 할 나이

삶의 가치도 내 행복의 기준도 자녀 교육의 방식도 다양한 양상의 스펙트럼 어느 메에 방점을 찍어야 할지 갈팡질팡하고 있다. 솔직히 내 마음을 어디에 둬야 할지 정하기란 쉽지 않다. 머릿 속으로는 어디에 둬야 할지 안다고 하지만 정녕 그게 내 마음으로까지는 전달이 되고 있지 않다. 불혹을 지나도 한참 전에 지난 나로서는 마음을 어디에 둬야 할지 이제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도 또 한 켠의 마음에 자리를 잡고 있다.  

    

마음의 방 정리

아직도 정리가 차분히 되지 않는 내 마음의 출렁거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혼자서는 그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오늘 나의 시간대로 날아오신 두 분이 너무 반갑다. 마치 하늘의 별을 셀 수 있는 그 분이 내 마음도 속속들이 센 듯이 그 두 분을 내 옆으로 보내주신 것 같다. 이 밤에 그 두 분은 고요히 시차 적응을 하고 계시겠지. 이제 내일이면 분주한 여행 일정을 즐겁게 기꺼이 시작할 테지. 그리고 두 주 후면 내가 사는 도시로 오셔서 넷 밤이 함께 보낼 수 있게 된다. 2년 전 처음으로 방문 하셨을 때는 정말 꿈 속 사람이 걸어 온 듯 한 그런 비현실감 마저 들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느낌 보다는 예전 학창 시절 시골에서 엄마가 자취를 하던 우리가 잘 지내고 있는 지 보러 오는 그런 느낌이 든다.


예전 학창 시절 부모님은 시골에 사셨고 나는 동생들이랑 자취를 했었다. 엄마는 늘 우리의 시험 기간이 되면 뒷바라지를 잠시라도 해주시러 시골에서 올라오시곤 했다. 엄마는 엉망인 냉장고며 어지럽혀진 방과 부엌을 말끔히 정리해 주곤 하셨다. 엄마가 시골로 가시고 나면 이내 다시 엉망이 되곤 했지만 말끔히 정리된 냉장고를 보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 옛날 자취방에서 엄마를 기다리던 것처럼 나는 두 분을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그 분들이 어설픈 내 마음의 방을 좀 치워주실지도 모를 일이다.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해 나뒹굴고 있던 이런 저런 것들을 정리 주실 게 분명하다. 또 다시 시간이 지나 나의 생각들이 달그락 거리며 제 자리를 조금씩 조금씩  벗어나겠지만 그 분들이 정리하시는 그 방식을 이제는 좀 유심히 마음에 새겨볼 생각이다. 이제는 나도 스스로 마음의 방을 정리할 줄 알아야 할 나이가 되었으니 말이다.       


❚함께 더

그분들이 이렇게 두 번씩이나 우리를 만나러 멀리서 오신 데에는 분명히 하나님의 의도되신 바가 있으리라 여겨진다. 당장은 떨어져 생활하고 있지만 어쩌면 공간을 건너뛰어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멋진 두 분과 더 늦기 전에 함께 무언가를 같이 계획하고 해보지 않는 일들을 해보고 싶다.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하게 될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제 곧 두 분을 만나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그런 일들을 벌여보고 싶다. 거창한 사업이 아니라 그저 일상의 소소함을 나누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두 분과 그저 안부를 묻는 사이가 아니라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하며 내 마음의 방을 좀 더 넓혀보고 싶다.      


오늘은 모처럼 쾌청한 가을이었다. 하늘도 참 맑았던 날이다. 그 하늘을 건너 두 분이 오셨다니 참 완벽한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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