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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를 받다

긴장도가 높은 사람이 릴렉싱 하는 방법

by 반차

오늘의 소비 요약


총 사용비용 : 4~10만 원/회

가성비 : 2 /5

재구매 의사 : 5 /5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 진리의 점바점. 지점마다 마사지사마다 다르다.



나는 평소에 긴장하며 사는 사람이다. 스무 살 때 상경한 이후로 날을 세우고 살아서 그런가. 항상 몸과 마음의 긴장도가 높은 편이다. 일어난 일을 흘려보내지 못하고, 이미 일어난 문제를 두 손으로 꼭 잡으려 애를 쓰며 신다. 신경 쓰이는 일이 있으면 자는 동안 몸에 힘을 잔뜩 줘서 다음날 근육통이 찾아온다. 어깨와 목의 근육들이 뻣뻣하게 굳어있고, 다리는 무겁다. 이런 근육통은 익숙하다. 이런 날은 하루를 빨리 끝내버리는 게 상책이다.

더 큰 문제는 두통이다. 화나는 일이 있을 때, 잠을 못 잘 때, 너무 집중한 이후, 어느 날 갑자기... 두통이 찾아오기 전에 누가 말해주면 좋겠다. 정말 미리 마음의 준비라도 하고 싶다. 두통이 불쑥 찾아오면 정말 괴롭기 때문이다. 머리가 깨질 것 같고, 안압이 높아져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두통약을 먹어도 크게 호전이 없다. 마사지 스틱으로 목 주변을 마사지해 보거나, 따뜻한 물을 마시거나, 스트레칭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두통이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없다. 20대 초반에는 반나절 이내의 낮잠으로도 회복이 되었는데, 이젠 며칠 쉬어도 여전할 때가 있다. 이럴 땐 그냥 아픔이 서서히 옅어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냥 나의 몸을 살살 다뤄주는 수밖에.


그래서인지 나는 유난히 '릴랙스'하는 행위를 좋아한다.

음악을 들을 때, 주로 느린 템포의 곡을 듣게 된다. 악기 구성이 화려하지 않고, 조용한 곡들.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며 온전히 곡에 집중하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점심시간이나 이동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휴식한다. 긴장을 풀고 다시 하루를 살아보기 위해서.


또 하나는 목욕이다. 욕조가 있는 집에 살 때는 긴장을 풀고 싶은 날, 금요일 저녁 등에는 반신욕을 했다. 반신욕을 하며 보고 싶은 웹툰을 봤다. 흘린 땀을 깨끗이 씻어내고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올 때 개운한 느낌. 나는 그 느낌을 사랑했다. 머리를 대충 말리고 슬쩍 누워서 잠깐 드는 선잠을 좋아했다. 그럴 때면, '평온'이 뭔지 알 것 도 같았다. 그 순간이 평생을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욕조가 없는 집에 살게 되면서 목욕탕에 가끔 간다. 나는 시간을 들여서라도 내 몸에 쌓인 긴장을 풀어줘야 한다.


긴장을 푸는데 마사지만 한 게 없다. 돈이 많이 든다는 점 말고는 완벽하다. 내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되어 대단한 결심이 필요 없고, 가서 누워있기만 하면 되니까.

컨디션이 좋아야 하는 날,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은 날, 머리는 아픈데 마땅히 찾아가야 할 병원을 모를 때 나는 마사지를 받으러 간다.


주로 60분짜리 건식 마사지를 받는다. 건식 60분 마사지는 어딜 가나 비슷한 순서로 진행된다.

먼저 옷을 갈아입는다. 찜질복 같은 옷을 주신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면 족욕탕에 물을 받아두신다. 향이 나는 허브가루를 풀어주는 곳도 있고, 꽃을 띄워주는 곳도 있다. 마사지를 받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있노라면 긴장이 풀리는 것도 같다. 보통 족욕은 5분 정도. 족욕을 끝 마치면 마사지사가 와서 발을 닦아주신다. 처음 마사지를 받으러 갔을 때는 누군가 나의 발을 닦아주는 게 너무 민망했다. 내 발을 무릎 위에 올려두고 내 발가락 사이사이를 닦아주는 게 이상하게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 간지럽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했다. 몇 번 경험하니 이내 익숙해졌다.

침대에 누우면 아주 큰 수건으로 몸을 덮고 전체적으로 한번 몸을 풀어주신다. 쓰다듬음과 마사지의 중간 그 어디쯤. 이후에는 본격적인 마사지가 시작된다. 수건을 걷고 등 -> 어깨 -> 팔 -> 발 -> 다리 순으로 마사지를 해주신다. 손으로 몸을 꾹꾹 눌러주시기도 하고, (아마도) 팔꿈치로 부분 부분을 문지르기도 한다. 신기하게 거의 대부분이 이 순서대로 하는 것 같다.

후면이 끝나면 "돌아누우세요~" 하신다. 처음에는 이 말도 잘 못 들어서 몇 번을 되묻곤 했다.


"네? 하늘 보고 누워요?"


돌아 누우면 반대로 발 -> 다리 -> 복부(하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 -> 어깨, 머리 순으로 진행한다. 나는 이때 받는 머리 마사지를 가장 좋아한다. 혼자서는 풀 수 없는 머리를 시원하게 풀어주시면 두통이 잠깐 가시기도 하거든. 지점에 따라 다르지만 타이 마사지인 경우 앉아서 스트레칭(?)을 도와주신다. 힘을 빼라고 말씀하시는데 힘을 빼는 게 늘 어렵다.



내가 받아본 마사지 중 기억에 남는 몇몇을 소개하겠다.


첫 번째. 제주도

이날도 두통이 너무 심해서 검색 후 아무 곳에나 들어갔다. 사장님, 마사지사 모두 한국인 여성으로 구성된 마사지샵이었다. 고풍스러운 약간은 통일성이 없는 인테리어. 마사지를 받기 전에 두통이 심하다고 말씀드렸더니 걱정해 주면서 목 어깨 머리 위주로 풀어주셨다. 여행 일정 첫날 갔는데, 마지막날 한 번 더 갈 정도로 좋았다. 한국인 여성에게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묘하게 나를 안심시켰다. 한국식 마사지가 뭔지 알 수 있었다. 짧은 시간에도 꾹꾹 모든 부위를 눌러 담는, 어느 한 곳 허투루 하지 않는. 이 마사지를 한강의 기적이라 불러도 될 것 같다. 딱 한국인이 일하듯이 빠르게 모든 곳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해주시는 곳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두 번째. 집 근처 타이 마사지샵

서울에서 마사지샵을 가려면 퇴폐업소일까 봐 신중해진다. 그래서 네이버 후기를 꼼꼼히 보고 간다.

이곳은 지나다니 궁금했던 곳인데 후기가 단 한 개였다. 그렇지만 간판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나쁘지 않았다. 망설여졌지만 나의 감을 믿고 방문했다. 가끔 느낌만으로 가게를 고르는 게 좋을 때도 있으니까. 한국인 사장님에 태국인 마사지사의 구성. 시설이 그리 좋진 않아 의심이 되었다. 누워서 마사지사가 무릎으로 내 발을 누르기 전까지는 과연 마사지를 잘해주실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마사지사가 무릎을 내 발 위에 올려놓자마자 깨달았다. 이분 장난 아닌 베테랑이겠다. 손이 마치 솥뚜껑 같았다. 압력이 장난 아니었다. 그때부터 믿고 몸을 맡겼다. 태국에서 받았던 마사지만큼 좋았다. 요즘도 가끔 두통이 심할 때 찾곤 한다.


세 번째. 시장 근처 안마원

네이버 지도를 검색하다 보게 된 안마원이다. 후기가 너무 많고 좋아서 궁금해졌다. 얼마나 잘하길래 칭찬일색일까. 들어갔는데, 마사지샵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건강 치료 센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벽에 신체 구조도가 붙어있었다. 특이한 점은 방마다 문짝이 없고 발이 달려있었다. 중국집 출입문에 달려있는 커튼 같은 '발' 말이다. 알고 보니 안마원은 시각장애인들이 하는 곳이라고 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마 교육이 있다고 한다. 교육 과정을 수료하면 안마원에서 일하게 되는 구조라고 했다. 국가 공인해 주는 곳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직업에 자부심을 가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신기하게 나의 몸의 구조를 이렇게 정확하게 알고 있는 느낌이다. 안마를 시작하시더니, 운동을 하네요, 오른쪽 발목이 돌아갔네요, 가방을 왼쪽으로 메네요 등 나를 꿰뚫어 보는 느낌이 들었다. 마사지라기 보단 지압에 가까워서 나는 조금 아프게 느껴졌다.




하루의 끝으로 마사지는 너무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내가 직접 폼폴러로 몸을 풀 수도 있고, 그게 더 좋을 때도 있다. 지속가능하기도 하고.

그래서 마사지는 너무 자주는 받지 않으려 한다.

돈을 써보니 나는 일회성 지출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데, 지속적인 지출은 경계하는 편임을 알게 되었다.

마사지는 힘든 나를 칭찬해 주고 싶을 때, 손가락 까딱할 힘도 없을 때 아주 가-끔 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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