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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다반사 Dec 29. 2019

음악만 좋으면 모든 게 용서될 거란 오만

캣츠(Cats, 2019)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캣츠>는 1981년 런던에서 처음 선보였던 뮤지컬 [캣츠]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캣츠]는 'T.S 엘리엇'의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라는 우화시집에서 출발한 작품입니다. 원작은 하나의 옴니버스 형태로 여러 사연을 가지고 있는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원작을 뮤지컬 계의 미다스 손이라 불리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라는 제작자에 의해 [캣츠]라는 뮤지컬로 탄생하게 됩니다.


[캣츠]가 처음 선보일 때만 해도 모두가 실패를 예상했다고 합니다. 무대에 고양이 분장을 한 배우들이 뛰어다니는 것에 대한 관객들의 거부감. 당시 연출 감독이었던 '트레버 넌'이 상업 연출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는 점. 무엇보다 앞서 언급한 원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에 일정한 스토리가 없다는 점이 그 이유였습니다.


그럼에도 [캣츠]가 오늘날에도 전설로 불리는 이유는 '트레버 넌'의 공이 크다는 것이 대다수의 평가라고 합니다. '고양이는 아홉 개의 삶을 산다'는 서양 속담에서 모티브를 얻어 '젤리클 무도회'에서 선택받은 고양이는 환생할 수 있다는 설정을 만들어내고, 고양이들의 개성과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잘 짜인 음악을 만들어내어 [캣츠] 나름의 세계관을 구축해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영화 <캣츠>는 원작 뮤지컬의 설정을 충실히 구현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작의 매력을 충분히 살려 영화화했는가에 대해선 그리 좋은 평가를 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은 원작과 동일하게 노래로 자기소개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난다는 점입니다. 관객이 캐릭터에 감정이입하려면 그에 따른 서사가 어느 정도 뒷받침이 되어야 할 것인데 영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원작 자체가 이런 고양이 저런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는 한계 때문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각색이란 작업이 그런 빈 공간을 메우기 위함이란 것을 고려해 봤을 때 이 영화는 사실상 각색을 버린 셈입니다.


무엇보다 영화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은 '젤리클 무도회'에서 선택을 받아 환생을 꿈꾸는 고양이들입니다. 그렇담 자기가 왜 선택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라도 소개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올드 듀터로노미(쥬디 덴치)'는 '순수한 영혼을 지닌 고양이만이 환생의 자격이 있다'라고 말하였는데, 영화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이 정말 순수한 고양이인지, 선택받을 자격이 있는 고양이인지 노래를 통해 설명이 되던가요? '그리자벨라(제니퍼 허드슨)'가 Memory를 부른 것 만으로 '젤리클의 선택'을 받을 만큼 순수한 영혼이었는가에 대한 서사가 없으니 감동이 없을 수밖에요. 그런 서사가 없으니 영화가 '고양이 노래자랑을 통해 1등 한 고양이가 환생한 영화' 그 이상도 아닌 영화가 돼버린 것 같습니다.


제 아무리 어마어마한 배우들이 노래를 아름답게 부른다 한들 그 서사가 없으면 그냥 노래를 잘 부른 것뿐입니다. 이미 다른 음악영화, 뮤지컬영화가 증명했단 것을 감안할 때 이 작품은 오만 하단 말 밖에 할 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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