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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다반사 Jan 24. 2022

기적이 없는 세상

그린 마일(The Green Mile, 2000)

2단계...
- 폴 에지컴(톰 행크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그린 마일>은 미국의 대표 작가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원래 한 달 간격으로 출판된 6권의 연작 소설을 합친 것입니다. 원작이 워낙 두꺼운 만큼 영화도 그에 걸맞은, 3시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설은 ‘와일드 빌’의 악행과 그에 대한 ‘폴 에지콤’(톰 행크스)의 괴로움에 초점을 맞춘 반면, 영화는 ‘존 커피’(마이클 클락 던컨)로 대변되는 ‘기적’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저는 이 각색이 참 좋았습니다. ‘존’의 ‘기적’과 그런 ‘기적’에게 사형을 집행해야만 하는 ‘폴’의 괴로움이 더 무겁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존’의 기적을 체험하고 목격한 ‘폴’은 고민합니다. 도대체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느냐고. 나에 대한 ‘심판의 날’, 당신이 창조한 기적을 향해 왜 사형을 집행했냐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 답해야 하냐고. 이에 ‘존’은 답합니다. 그것이 나를 위한 배려라고. 그것이 나를 위해 자비를 베풀어 주는 것이라고. 서로를 미워하고 사랑을 이용해 서로를 죽이는 이런 세상에 나는 지쳐버렸다고.


 ‘존’의 ‘그린 마일’ 끝에서, ‘폴’은 그를 바라봅니다. 하지만 그는 여러 차례 들어왔고, 외쳐왔던 ‘2단계’라는 짧은 한마디를 좀처럼 내뱉지 못합니다. 그 한마디는 ‘존’을 향한 사형이자, ‘기적’에 대한 사형이기도 하니까요.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요? 어쩌다 우리 손으로 ‘기적’을 죽이게 된 것일까요? 지금 우리의 모습은 ‘기적’을 받아들이기엔 아직 성숙하지 못한 것일까요? 아니면 ‘기적’이 우리를 너무도 아름답게만 생각했던 걸까요? 이유야 어찌 됐든 ‘존’이란 이름의 ‘기적’이 걸어야 했던 ‘그린 마일’의 무게는 그 어떤 것보다 무겁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  세상을 떠났습니다. ‘심판의  두렵다는 ‘ 마음을 ‘ 헤아렸는지, ‘ ‘심판의  아주 길고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기적 없는 세상.  세상을 아주 오랫동안 바라본 ‘’. 그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세상은 ‘기적 받아들일 만큼 성숙해졌을까요? 그때보다 세상은 조금이라도 아름다워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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