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 성평등을 찾아서-벡델 초이스 ⑦정직한 후보
영화감독: 장유정
주연: 라미란
상영시간: 104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2020.2.12.
장유정 감독은 로맨틱을 소재로 한 뮤지컬 연출가이자 극작가였다. 2010년 영화 ‘김종욱 찾기’가 국내 최초로 상업 영화화가 결정되고 영화 연출을 맡게 되면서 ‘영화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이력에 추가하게 되었다. <김종욱 찾기>, <부라더>, <정직한 후보>, <정직한 후보 2> 총 4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중 벡델초이스에 선정된 ‘정직한 후보’는 2020년 4월 15일 총선에 맞춰 시의 적절하게 개봉된 영화이다. 무엇보다 코로나 영향으로 개봉을 미루는 시기에 나온 영화라 더 의미가 있다.
기존 정치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여성은 조연에 불구했다. 그에 비해 이 영화는 여성을 주연으로 했다는 것만으로도 여성의 인권과 사회적 역할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준다. 벡델 초이스 영화로 선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기에 앞서 네이버에 정직한 후보를 검색해 보았지만 현실 정치인이 아닌 영화 ‘정직한 후보’에 대한 정보만 나온다. 정직한 후보는 현실에서 없지 않은가?
거짓말이 가장 쉬운 대한당 의원 주상숙(라미란 분)은 ‘다 뻥이야?, ‘나는 서민의 일꾼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습니다.’, ‘뽑아주시면 뭐든 다 해드립니다.’, ‘저 믿고 둘째 나으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멘트로 이 영화는 시작된다. 3선 의원 주상숙은 4선에 도전한다. 입만 열었다 하면 ‘서민을 위해서 일할 준비가 되었다.’가 주특기인 주상숙은 당선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주상숙의 할머니 김옥희(나문희 분)는 10억 가까이 되는 돈을 기부한다. 보험금을 놓고 보험사와 소송을 한다. 보험사의 꼼수 약관으로 할머니의 암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되자 대기업을 상대로 1인시위를 한다. 모두가 패소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승소했고, 옥희재단이 설립된다. 할머니는 돌아가셨지만 할머니의 유지를 받들어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을 도와주겠다며 지지를 호소한다.
실제로는 대저댁을 소유하고 있지만 20평대 서민아파트에 살고 있는 척하는 주상숙 의원. 밤이 되면 남들의 눈을 피해 대저택으로 향한다. 비밀유지를 위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두고 돌아가시지도 않은 할머니를 보좌관 박희철(김무열 분)의 할머니로 숨어 살게 한다.
대반전이 일어난다. 어느 날 급하게 연락을 받고 할머니를 찾아간다. 할머니는 자신이 죽을 때까지 거짓말을 하고 살아가야 할 손녀를 위해 제발 거짓말을 못하게 해달라고 함께 빈다. 번개가 치면서 소원이 이루어진다. 선거를 앞두고 손녀 주상숙에게 뜻하지 않는 상황이 생긴다. 갑자기 거짓말을 단 1도 할 수 없는 진실의 주둥이가 되어 버렸다.
결혼 생활에서 참아 왔었던 백수 남편과 부동산 투기를 일삼는 시어머니에게 쌓인 불만을 여과 없이 내뱉는가 하면, 백수인 남편의 청탁과 원정 출산 논란으로 정치적 위기에 처한다.
보좌관 박희철은 정책전문가 이운학을 영입하게 되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 한다. 하지만 할머니의 거짓 죽음을 안 이운학은 주상숙에게 등을 돌린다. 황 기자는 주상숙의 비리가 담겨있는 파일을 방송국에 넘긴다. 실수로 주상숙의 비리 파일이 아닌 국회의원들의 비리 파일이 공개되면서 발칵 뒤집힌다. 사건 사고가 터졌다 하면 어김없이 병원행에 환자복을 입고 휠체어를 타고 등장하는 영화 장면이 참으로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이후 주상숙은 서울시장에 출마하지만 유권자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한다. 38대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에 참여한 주상숙과 그녀가 당선되기를 빌고 있는 가족들이 나오는 장면에서 또 한 번 강력한 번개가 친다.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한 주상숙이 자기소개를 시작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이후 2022년 9월 28일 후속 편 영화가 개봉됐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현실 정치를 풍자하는 요소들이 <정직한 후보>의 재미를 더 해 준다. 현실 정치세계를 적나라하게 풍자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지만, 정치의 세계에서 여성은 남성과 다른 기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남성에게는 '남성 정치인' 하지 않지만 여성에게만은 '여성 정치인'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과거에 비해 여성의 정치적 활동의 비율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할당제, 남녀 동수 보장 등 여성의 정치참여를 현실화하려 공직선거법을 개정하고, 헌법에 근거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화에서는 정당의 상징적 색상 중 빨간색과 파란색이 아닌 이 두 가지의 색깔을 조합한 보라색을 통해 특정 정치인이나 특정 정당의 색깔인 드러내지 않았다. 선거 시즌에 맞춰 정말 정직한 후보를 뽑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대변해 주는 영화다.
곳곳에 웃음 포인트가 있어 좋다. 주상숙역의 라미란 배우의 현실감 있는 연기, 보좌관 박희철 역의 김무열의 연기, 봉만식 백수 남편 역할의 윤경호의 감초 같은 역할, 시어머지 역의 김용림 배우까지 주연과 조연이 구분이 안 되는 탄탄한 영화다.
캠프 안에서 툭툭 던지는 대사 중 '4선의 품격', 기자들이 질문할 때, 혼잣말로 내뱉는 “내 말 한마디 한 마디가 표야.” “정치는 쇼야.” 등등의 대사가 우리가 생각하는 정치판 모습이 아닐까.
외국의 경우에는 선거가 축제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선거가 축제이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