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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MZ Jul 30. 2022

나만의 빛으로부터

에세이라니 (by 김지연)


새벽 6시, 기차를 탔다. 제천에서 청량리까지 두 시간여의 거리였다.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로 향한 지, 근 두 달이 다 되어갈 때쯤이었다. 숙대 평생교육원에서 심리상담사 2급 자격 과정을 신청한 나는 오전 9시 수업을 듣기 위해 새벽 기차를 타야만 했다. 청량리역에서 숙대입구역까지 가는 시간도 고려해야 했기에 난 아침마다 부산하게 움직이는 게 익숙해져 있었다. 그 틈에 대충 때우는 아침밥까지 챙겨 먹었으니, 말 다했다.


서른이었던 난, 생각지도 못한 수학 강사를 하고 있었다. 원래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나였는데, 스물아홉이 되던 해에 충북 제천으로 귀촌했다. 부모님의 노후 계획이었던 귀농을 따라 나 역시 제천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수학 강사를 하게 된 건, 순전히 지역 광고지에 학원 강사를 구하는 자리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얼토당토않게 시작한 수학 강사는 의외로 내 적성에 맞았다. 그리고 열심히만 하면, 직급도 보장될 수 있는 학원이기도 했다. 하지만 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재미는 느꼈으나, 스스로 꿈을 저버리고 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학원 강사는 내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았기에 난 무조건 탈출해야만 했다. 그 출구를 찾기 위해 난 과거의 내가 관심을 기울였던 심리학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렇게 토요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수업을 들으면서 난 내가 가야 할 길에 대해 끊임없이 찾고, 찾고, 또 찾았다. 심리학 수업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한때, 이걸 전공하고 싶었던 나였기에 더욱더 절박하게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주중엔 아이들을 가르치고, 주말엔 오로지 심리학 수업을 듣기 위해 난 한동안 약속도 하나 잡지 않고 공부만 했다. 그만큼 내가 수학 강사가 아닌 일을 몰두하고 있다는 사실이 날 살게 했다.


그러나 심리학의 즐거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단순히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이라는 것과 이 정도로 공부해서 심리상담사의 꿈을 이룬다는 건, 어려운 현실이란 걸 마주한 것이다. 물론, 거기서 포기하지 않고 더 노력하고 매진하여 꿈을 이뤘더라면, 지금의 나는 아마도 다른 삶을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난 스스로 심리학을 포기했다. 그건 내가 오래도록 얽매여 있던 과거의 학벌 의식까지도 포함된 결론이었다. 이걸 깨닫고 나니, 더더욱 자격증 시험만 남은 과정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시작한 건, 반드시 끝을 맺어야만 했다. 결국 종강까지 얼마 남지 않은 그 시간을 어떻게든 잘 마무리하고자 꾸역꾸역 서울로 향하던 날들이었다.


동트기 전, 무겁고 습한 마음으로 차창 밖을 바라보던 때였다. 난 내 두 눈을 의심했다.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빛의 소용돌이가 끊임없이 내 눈앞에서 영롱한 자태를 뽐내는 게 아닌가? 돌고 도는 빛의 무리는 한동안 그 자리를 지키다가 이내 서서히 흩어졌다. 그렇게 사라진 빛줄기는 무지개색을 띠면서 점점 하늘에 스며드는데 그야말로 가히 장관이었다.


눈을 뗄 수가 없을 만큼 황홀했다. 할 수만 있다면, 그 빛줄기를 오래오래 지켜보고 싶었다. 그러나 빛의 향연은 점차 사그라들었다.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으니까. 멍하니 밖을 쳐다보던 난 내 마음에 일어난 절대적 파동을 이해해야 했다. 마법처럼 다가온 그 시간이 내겐 희망의 빛으로 피어났다는 사실을.


그게 무엇인지 난 지금도 잘 모른다. 하지만 명명했다. 오로라일 거라고. 그러나 이것도 불분명한 추리에 불과하다. 중요한 건, 내가 놓아버렸던 희망의 빛을 다시 보게 됐다는 사실이지 않은가? 그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그리고 난 그 안에서 나만의 빛을 발견했다.


이토록 아름다운 별에서 날 살아있게 할 무언가를 반드시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아직 그걸 찾지 못했을 뿐인 거라고. 나는 언젠가 내 꿈을 이룰 거라 믿고 다짐했던 그 시간이 지금까지도 내 가슴에 반듯하게 새겨져 있다. 반짝이는 희망이 더는 빛을 잃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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