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휴식이 함께하는 50대의 나
스물두 살, 특별한 계획 없이 시작한 첫 아르바이트로 사회에 발을 들였다.
그저 일을 해야 해서 시작한 길이었지만, 운 좋게도 그 일은 내 적성에 꼭 맞았다.
무엇보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 치열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메우다 보니, 일은 어느새 내 삶의 가장 단단한 중심이 되어 있었다.
서른한 살, 패션 매니저라는 직함을 달았다.
그때부터는 정말 앞만 보고 달렸다. 주말도, 휴식도 매출이라는 숫자 뒤로 미뤄두었다.
회사에서 인정받고 숫자로 성과를 증명해 내는 과정이 곧 나의 존재 가치였다.
나는 그 숨 가쁜 바쁨이 곧 성실함의 증거라고 굳게 믿으며 청춘을 보냈다.
아이러니하게도, 공부를 그렇게나 싫어했던 내가 서른여덟이 되어서야 다시 책상을 찾았다.
일을 하며 배움을 병행하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마음만큼은 이전보다 단단했다.
이제 배움은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의무’가 아니라, 내가 나를 위해 기꺼이 고른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매장을 찾아오는 외국인 손님들과 손짓 발짓으로 대화하던 갈증은 외국어 공부로 이어졌다.
더 넓은 세상을 자유롭게 유람하고 싶다는 욕심이 나를 책상 앞에 앉혔다.
서툰 발음으로 건넨 한마디에 환하게 웃으며 화답해 주는 손님들을 마주할 때면,
매출과는 또 다른 차원의 성취감이었다.
배움은 그렇게 내 삶의 지평을 조금씩 넓혀주었다.
어느덧 50대를 넘긴 지금, 나는 예전과는 조금 다른 속도로 살아가고 있다.
멈추는 법을 몰랐던 젊은 날의 나를 지나, 이제는 옆을 보고 뒤를 돌아보며 걷는다.
무엇보다 연세 드신 부모님의 작아진 어깨와 느려진 걸음을 눈에 담기 시작했다.
두세 달에 한 번씩 부모님을 모시고 떠나는 여행에서 나는 배운다.
여행은 '어디로 가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머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여전히 성장 중이다. 다만 이제는 무작정 달리지 않는다.
때로는 멈춰 서서 숨을 고르고, 때로는 느리게 걷는 법을 배우며 나이 들어간다.
인생에는 치열한 열정만큼이나 따뜻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 것 같다.
이 글은 대단한 성공담이 아니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쉰을 넘긴 지금까지,
일하며 배우고 배우며 살아온 한 사람의 지극히 평범하고도 정직한 기록이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배울 것이다.
조금은 느리게, 조금은 여유롭게. 성장과 휴식을 나란히 품은 채로
정말이지, 배움에는 은퇴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