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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오렌 Jun 07. 2024

94 days_the third

#5일 차 _ 동상이몽

헉.. 심령사진...

2023년 겨울은 바람이 유난히 강했다. 특히 우리의 장박지는 바다 가까운 곳이라 더 했다. 구룡포 바닷바람은 정말 굉장했다. 그 겨울을 보내면서 나는 텐트 한 동을 찢어먹고 폴대 3개를 버려야 했다. 부러진 폴대는 AS가 불가능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남편이 회사일로 바빠지면서 나는 어. 미. 캠(어쩌다 보니 미즈캠)으로 겨울을 보내야 했다. 캠퍼 11년 차. 항상 남편몫으로 미루었던 각종 육체노동을 처음 해보는 영광의 순간들이었다. 불길이 치솟는 버너를 만져야 했고, 난로 두 개에 기름을 가득 채워야 했으며, 텐트의 로프 또한 손봐야 했다. 특히 바람이 지나는 자리에 텐트를 치고 있던지라 매주 텐트정비를 해야 했다. 망치가 단단한 팩의 헤드를 깡깡 칠 때마다 손목이 아렸고, 쭈그리고 앉은 다리는 저려왔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나에게는 보살펴야 할 아이가 둘이었고, 텐트가 2개였다. 이미 한 개는 찢어먹은 터라 나머지 2개는 반드시 사수해야 했다. 환불 및 양도는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장박은 2024년 3월에 종료 예정이었다. 


2024년 1월 초. 그날도 역시 바람이 불었다. 강하게 불었다. 바다를 건너온 바람은 나무 사이사이를 비집고들어와서 우리 텐트를 마구 흔들어댔다. 다행히 쉘터여서 그라운드시트가 펄럭이는 일은 없었지만, 텐트의 몸체가 마구 흔들렸다. 가뜩이나 좁아진 공간에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난로를 텐트에 최대한 가까이 붙여 둔 상태였다. (텐트에서 겨울밤을 보내려면 난로가 2개는 있어야 한다.)


말 그대로 텐트가 뽑힐 듯이 바람이 불었다. 나는 난로가 걱정되었다. 


 "흔들리는 텐트가 난로를 덮치면 안 될 텐데... 어쩌니"


아들은 우리의 잠자리를 걱정했다.


 "텐트 무너지는 거 아니야?"


곧 네 돌이 되는 2호는 이 소란 중에도 탭만 외쳤다.


"태애애애앱~ 밥 먹었느니 태애애애앱~"


바람이 우리를 흔들던 겨울밤. 엄마, 아들 그리고 딸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한 이불을 덮고 누워 있었다. 굉장한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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