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내가 너희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라서 참 다행이야.
얼마 전에 아들의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왔다.
아이들은 거실에서 닌텐도 게임을 하며 놀았고, 나는 주방 테이블에 앉아서 페이퍼워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마침 이번에 처음으로 출간된 내 책이 거실 사이드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다.
전 날 서점에서 막 발간되어 따끈따끈한 책을 한 권 받아서 가지고 왔던 터라 가족들에게는 이미 책이 나왔다는 것을 알려줬었다.
게임을 하는 중간에 잠시 쉬는 시간이 생겼고, 갑자기 아들이 나를 보며
"엄마, 이거 엄마 책이에요? 엄마 책 나왔어요?"라고 하는 것이다.
순간 나는 엥? 뭐지? '아들, 엄마가 말해줬잖아.'라고 답하려다가 아 율이가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거구나라고 깨달았다.
그래서 그냥 "응, 책 출간돼서 받아왔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친구들이 감탄하며 "와! 어머니 대단해요!"라고 한 마디씩 얘기할 때 나는 보았다. 우리 아들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아시아나 항공에 다닐 때 가족들이 나를 우리 와이프는, 우리 며느리는, 우리 엄마는 아시아나 항공에 다녀라고 종종 자랑을 했었다. 항공사를 그만두고 나라는 사람만 남았을 때 과연 난 다시 이렇게 누군가의 자랑이 될 수 있을까?라고 가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특히, 아들이 학교친구들에게 "우리 엄마는 항공사에 다녀!"라고 종종 자랑하곤 했어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던지라 회사를 그만둘 때도 아들에게 "이제 엄마는 항공사를 그만둘 거라서 이제 친구들에게 자랑을 못하는데 괜찮겠니?"라고 물어본 적이 있어서 살짝 아주 조금 신경이 쓰이긴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라는 사람이 나의 글을 써서 책이 나왔고 그걸로 아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엄마가 된 거라 내 직장으로 자랑하고 싶은 엄마였을 때보다 훨씬 기분이 좋았다.
엄마는 계속 무언가를 해나갈게.
그 나아감이 항상 너희들의 자랑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