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한방

by 지우

고집이 깃든 취향을 좋아한다.

공간에 들어섰을 때, 그 사람의 취향이 고스란히 스며든 흔적들.

변치 않는 향기, 빛바랜 책, 여전히 비슷한 장르로 울려 퍼지는 음악 같은 것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단 한순간도 머뭇거리지 않고 물결 같은 눈동자로 나열하는 모습.

그 안에서 느껴지는 확신과 애정이 좋다.

그것이 공간이든 사람이든 무엇이 되었든 흔들림 없이

단단하게 쌓아온 시간이 느껴지는 것들이 좋다.

하지만 요즘처럼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시대에 취향이랄 것도 없이, 이제는 여럿과 함께 공유하고 있다. 음악, 패션, 영상, 심지어 머릿속으로만 상상했던 모든 분야에서 알고리즘은 내 취향을 정확히 분석하고 맞춤형으로 제시해준다. 그 덕분에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횟수가 줄어들고, 정작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좋아했던 건 무엇인지 점점 흐려지고 있다.

어느 정도의 수고로움과 노력이 담긴 취향과 취미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 내 시간과 정성을 들여 좋아하는 것들을 탐색하며, 끝내 형성된 취향에서 느낄 수 있는 짜릿한 성취감. 이런 감정을 못 느낀 지 꽤 오래되었다. 어쩌면 그런 것들을 느낄 여유조차 없었는지도 모른다.

편리함을 추구하며 고유한 취향을 잃어가는 것보다는, 내 손으로 선택하고 뾰족한 한방으로 내 영역을 쥐고 있는게 더 향기나는 사람이 아닐까. 성취는 알고리즘으로 대체할 수 없잖아.​.?(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