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 보겠다며 블로그며 브런치며 작가 등록까지 해놓고는 한동안 그대로 방치해 두었다.
거창한 글을 쓰고 싶은 건 아니다.
그저 기억하고 싶은 순간, 조금 특별했던 날을 기록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런 일도 결국은 습관이어야 가능한가 보다.
오랜만에 메모장을 켰다. 특별한 날은 아니다.
여행을 다녀온 뒤 2주 동안은 대부분 집에서 시간을 보냈고 도파민으로부터 나를 풀어주었다.
아니다 사실 도파민은 없었다.
여독이 꽤 심해서 최대한 자극적인 것만 찾았다.
여행지에서는 늘 들떠있었다. 새로운 풍경, 그냥 걸어도 좋았던 거리, 아침에 숙소 문을 열고 발을 딛는 순간이 내게 가장 큰 도파민이었다.
돌아온 서울에선 뭘 해도 시시했다. 밖을 나서기는커녕 창문을 여는 일조차 번거로웠다. 어느 날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블라인드를 바닥까지 내리고, 오늘 날씨가 어떤지, 바람이 많이 부는지, 비가 오는지 같은 건 내 계획에 없었다.
핸드폰을 들어 유튜브 ott 인스타 블로그 순으로 의식처럼 순회했다. 특별히 볼 게 없다는 걸 알았지만 화면이 꺼질 틈 없이 같은 일을 반복했다. 재미도 없고, 즐겁지도 않지만 그만두지는 못한 채로.
그래서 요즘 하루는 특별히 잘 흘러갔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완전히 망가졌다고 할 수도 없다.
그 중간 어딘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전히 창문은 자주 닫혀 있고 외출은 필요할 때만 한다. 다만 아무 생각 없이 화면만 넘기는 일은 줄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 일도 없는 날을 기록하는 일은 생각만큼 어렵고,
아무 일도 없는 날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온다면 이 글을 쓰고 있을 때를 부러워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