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한 줌일지라도

데이터 헤는 밤

by Blueberry

코딩 경험은 없는 문과생입니다.

나는 빅데이터응용학과를 다니는 학생이다. 그런데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 나는 코딩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완전한 문과생이었다.

수학보다는 글을 좋아했고, 문제 풀이보다는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더 즐겼다. 대학도 자율전공학부로 입학했다. 당시만 해도 내 인생은 ‘기술’과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언제나 개념과 가치, 인간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빅데이터응용학과에 진학하기로 결정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네가 왜 데이터학과를 가?”

사실 나도 정확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신은 있었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감각이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나는 이전과 전혀 다른 질문들을 마주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왜 이 서비스를 사용하는가.
어떤 순간에 떠나는가.
무엇이 행동을 바꾸는가.


스타트업이라는 도전

대학교 1학년 때, 나는 메가스터디라는 대형 학원에서 조교 일을 했다. 정확하게는 윤리연구소에서 일을 했는데, 열심히 일을 하다 보니 팀장 자리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월급도 대학생 치고는 굉장히 높았고, 일도 재미있었다. 어느 날, 한 학생과 대화를 하는데 학생이 입시 일정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 또한 원서접수를 할 때의 고충을 알고 있었기에 학업과 일정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학생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원서 접수 일정이 끝나고 학교에 간 날, 동기가 나에게 말했다.

"오빠! 나 대학교 다시 써보려고 했는데, 원서 접수 일정을 놓쳤다?"

자신도 입시일정을 놓친 게 어이가 없었는지, 그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때 나는 원서 접수 일정을 정리해 주는 앱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루이틀 앱을 구상하던 중, 입시계의 다양한 문제점들을 겪고 나서 나는 회사를 때려치우고, 앱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앱이 바로, ‘UniPlain’이다.

UniPlain

나는 한껏 기대에 부풀어서 앱을 만들었다.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수업 시간에는 온통 앱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막상 앱을 만들고 나니 문제점이 생겼다. 가장 먼저 부딪힌 벽은 데이터였다.


대학교 입시 일정이 너무 늦게 나온다는 것이 첫 번째 문제였고,

대학교 입시 일정을 각 대학교 웹사이트에 들어가 하나하나 입력해야 한다는 것이 두 번째 문제였다.


그 과정은 단순한 작업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서비스의 한계를 체감하게 만들었다. 결국 데이터를 모으고 가공하는 기술이 없다면 앱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데이터를 공부하기로 했다.



데이터, 한 줌일지라도

정보의 사막

과학에서 물질세계의 최소 단위가 '기본입자'라면, 나는 사회과학에서 사회를 바라볼 때 나타낼 수 있는 최소 단위를 '데이터'라고 생각한다. 정보를 홍수에 비유하는 말처럼, 정보를 사막에 비유하자면 데이터는 마치 '정보'라는 사막에서 한 알의 '모래알'과도 같다. 그러나, 그 모래알을 하늘에 뿌리면 별처럼 빛나게 만들 수 있다. 마치 마술사가 마술을 보여주는 것처럼, 나도 내가 분석하는 데이터가 한 줌의 모래일지라도, 저녁이 되면 하늘을 밝게 비추는 별처럼 데이터를 빛나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데이터 아티스트(Data Artist)'의 일이다.


데이터 헤는 밤

매일 밤, 나는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데이터 헤는 밤'을 보내고 있다. 어떻게 하면 나의 데이터를 빛나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나는 데이터를 기술로만 보지 않는다. 데이터는 인간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언어이다. 이 브런치북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속 코드가 아닌 질문에서 시작된 삶과 기술에 대한 이야기다.


앞으로의 글은 문과생이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읽어가는 기록이다.


데이터 하나의 의미와

데이터 하나의 가치와

데이터 하나의 별


나는 그 별을 헤아리고 있다.

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