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팀 인턴의 행사 시작부터 마무리까지의 여정
4개월 전, 인턴을 시작한 지 2주도 채 되지 않아 행사 현장에 투입됐을 땐
내가 뭘 준비했는지도 모르고 그저 따라가기 바빴다.
전시회장 바닥의 반짝이는 조명과 구조물 사이, 나는 그저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번엔 내가 그 현장을 ‘만든 사람’이었다.
대학생 해킹 경진대회를 앞두고,
나는 우리 회사를 브랜딩할 수 있는 굿즈 디자인을 맡았다.
단순히 회사 로고 스티커 하나를 만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큰 일이었다.
“기술회사의 스티커는 어떤 디자인이어야 할까?”
“학생들이 이걸 기념으로 가져가고 싶게 만들 수 있을까?”
서로 다른 시안들을 보여주고, 내부 피드백을 받고,
수정하고 또 수정하며, 단순한 이미지에 브랜드 메시지를 녹이는 법을 배웠다.
대학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감성, 브랜드 컬러, 그리고 기술회사라는 정체성을 담았다.
그렇게 나온 스티커를 처음 손에 쥐었을 때, 괜히 혼자 "우와..." 했다.
그 스티커가 행사 당일 테이블 위에 놓이고,
누군가가 조용히 “이거 예쁘네요” 하고 가져갈 때, 긍정적인 피드백이 들려올 때,
나는 처음으로 내가 만든 무언가가 브랜드 경험의 일부가 된 느낌을 받았다.
이번 행사에는 학생들이 많이 오는 만큼,
인턴십, 산학장학생, 채용 등 우리가 준비 중인 여러 프로그램을 한 눈에 보여주는 POP도 만들었다.
문제는, 설명이 너무 길면 아무도 안 읽는다는 거였다.
그래서 한 문장씩 쳐내고, 굵기 바꾸고, QR 코드 위치 바꾸고...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다:
“기술을 만드는 곳에서, 이러한 문화를 가진 이곳에서 당신의 첫 시작을 함께할 수 있습니다.”
그 POP 앞에서 머뭇거리던 학생이 있었다.
내가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더니, "여기 처음 듣는 회사인데... 설명이 눈에 쏙 들어오네요." 라고 했다.
나에겐 첫 출장, 첫 전시 운영이었다.
출발 전날까지 체크리스트를 붙잡고 물품 하나하나를 확인했다.
팝업 배너, 노트북, 키오스크 데모, 멀티탭, 스티커, POP, 사인펜…
작고 디테일한 것들이 모여, 행사의 안정감을 만든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다.
그리고 도착한 부산 BPEX.
수백 명이 모이는 학회 현장에서,
우리팀은 손으로 짐을 나르고, 부스를 세우고, 각종 소개서를 세팅하며 하루를 보냈다.
4개월 전의 나였다면, 상상도 못 했을 하루였다.
처음 부스를 찾은 학생이 POP를 한참 보고 있었다.
그 옆에서 내가 말했다.
“인턴십 프로그램, 관심 있으세요?”
예전 같았으면 망설였을 텐데,
이젠 내용을 만들면서 익힌 말들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기술을 실제 차량에 적용하는 과정에 함께하는 프로그램이고요,
이건 현업 엔지니어와 함께하는 실제 개발 과제도 포함됩니다.”
그 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QR 코드를 스캔했다.
그 순간 "이제 진짜 마케팅 팀의 일원이 된 것 같다" 는 느낌이 들었다.
기술을 마주보는 사람의 표정,
우리 부스를 지나쳐가는 눈길,
스티커 하나를 손에 쥐는 순간의 반응.
이 모든 게 데이터이자 피드백이라는 걸 나는 이제야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행사가 끝난 뒤, 다시 기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
가방엔 스티커 샘플 하나, POP 출력물, 그리고 체크리스트가 구겨져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를 해냈다는 건,
단순히 준비와 실행을 넘어서 내가 하나의 경험을 설계했다는 느낌이었다.
기술은 여전히 어렵고,
전시장의 빛나는 제품들은 아직도 복잡하지만,
그 기술과 고객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는 일이 한 회사의 마케터가 맡은 역할이라는 것을.
- 문카로그 인턴 생존기 시리즈 中 5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