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MFXWhpcuIg4?si=afKDtbVbf0ZYMG8-
'미키 17'이 곧 개봉을 앞두고. 긴장하는 동시에 난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서 시사회 반응을 엿보기도 한다. 마크 러팔로가 그의 영화에 출연했다. 이건 진짜 대단하고 멋진 일이다 속으로 외치면서도 설국열차에서의 틸다 스윈튼 연기를 다시 한번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건 진짜 멋지고 대단한 일이었다.
그의 연기가 도널드 트럼프를 연상시켰다는 평을 접하고 봉준호 감독은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그 정도로 속이 좁지는 않다고. 그러면서 역대 한국이나 외국의 독재자들 모습을 담아냈을 뿐이라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아니라고 했지만 곧 의심하는 분위기일 듯하다. 여전히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는 트럼프가 독재자라 생각하고 그를 비판하기 위해 그런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고.
영화나 소설을 만드는 사람들도 그렇다. 때로 자극적인 방법으로 관객 독자의 눈을 사로잡으려 한다. 트럼프의 그 입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난 아리 애스터의 '미드소마'를 보다 참다못해 야이 씨발 이런 말도 뱉어낸 바 있다. 그 영화가 그 정도로 욕먹어야 했던 작품은 아니었지만.
또한 영화나 소설은 눈을 피곤하게 만들고 영화 감상 독서는 꽤 소모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것을 해야 한다면 더 큰 무언가를 얻게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게 하찮고도 큰 감정일지라도.
이제는 소설이 나오기도 전에 영화 제작사 쪽에서 판권을 사 간다. 이건 꽤 심각하고 진지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책이 더 많이 팔려 나가려면 먼저 영화를 넘어야 하는데 갈수록 힘이 모자란다. 영화는 꼭 사진이 낳은 자식 새끼 같다. 글자는 그림을 모방한 것이라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무슨 문제인가? 그렇게 묻는다면 난 할 말 잃을 테지만.
'기생충'의 처음 시작을 상징하는 것이 데칼코마니였다면 미키 17의 멀티플은 이 영화의 정점을 가리키게 될까. 그런 물음을. 예고편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옥자'나 '설국열차'의 콘셉트 분위기 같은 것들이 합쳐진 듯하고 더 멀리 더 넓게 보면 '괴물'같은 영화도 포함된다. 기생충까지도.
지난해 봄 영화 '가여운 것들'을 보며 난 크게 감동했고 마크 러팔로의 연기에는 특별히 박수까지 치고 싶었다. 그럼에도 주인공 엠마 스톤의 얼굴로 그 영화를 기억하는 건 그 작품에 그 배우가 기여한 바가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에는 로버트 패틴슨이다. 난 그를 보며 그 영화 세계를 떠올리게 될까. 설국열차 또한 크리스 에반스라는 멋진 배우가 없었다면 그렇게 크게 주목받지 못했을 수 있다.
결국 거장이 될 인물이었던 그는 '살인의 추억' 그 농촌 마을을 떠나 할리우드까지 진출했다. 농촌보다 더 심하게 뒤떨어진 땅이었을 그곳은 이제 영화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탈 작품이었나 반문하면서도 그 추억을 지울 수 없는 건. 영화를 보고 막차를 타려 지하철역 계단을 뛰어 내려가던 그때 내 모습이.
대기업은 정말 욕을 많이 먹지만 어쨌든 그런 영화들을 제작하고 배급하는 것도 다 큰 기업들이다. CJ의 미키 리라는 인물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얼굴을 비췄던 건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되는 건지. 사람들은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도 그들 힘 없이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한다. 도널드 트럼프를 욕하면 지식인처럼 보일 수 있다. 독재자에 반항하면 민주주의자가 될 수 있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결국 그런 물음을 낳고야 만다. 그렇다면 진짜 독재자는 누구인가 하고.
이 영화 제목이 미키 17이라는 것부터가 꽤 흥미로운 일이었다. 미키는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그 인물과 대립하는 구도인 듯하다. 독단적으로 보이는 그 인물에 맞서 싸우려는 분위기가 있는 듯했다.
난 도널드 트럼프라는 인물이 정치적으로 너무 좋은 친구 경쟁자라 생각했다. 난 진보도 보수도 아니며 보수주의자들 틈에서 이제 본색을 드러낼 진보주의자는 절대 아니다. 그렇다고 진보들 사이에 숨어 이제 원래 색깔을 드러내려 하는 보수주의자들을 지칭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래봤자 멀티플이라는 것이다. 영화 예고편에서 두 명의 미키가 서로를 마주 하며 놀라는 장면이 있었다. 그렇게 끝없이 복제되어 가는 미키.
이민자들을 내쫓으려 하고 많은 정부 기업들을 힘으로 굴복시키려 드는 자에 난 어떤 말을 하고 대항해 싸워나가야 하는 것일까. 그전에 내가 할 일은 나는 그렇지 않았는가 되묻는 일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주인공이고 싶어 한다. 나 역시 로버트 패틴슨이고 싶다. 그러나 마크 러팔로도 느끼고 인정할 수 있어야 했다.
나오미 애키 또한 얼마나 훌륭한 배우였는지 난 기억하고 있다. 이 영화 출연진은 꽤 놀랍고 꽤나 화려하다. 기대할 만하다. 세상에 최고의 영화 최고의 감독 최고의 배우는 차고 넘치지만 지금은 봉준호 시대인가. 이 영화 제작을 맡은 건 브래트 피트의 플랜 B 엔터테인먼트다. 옥자와 '미나리'의 제작을 맡기도 했던 곳. 이게 무얼 의미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는 것이다. 나도 그런 꿈을 꾸니.
미국이라는 나라 땅에 갈 수 있다면 언젠가 그 땅을 그리며 떠올려보고 싶다.
미키 17, 2025/ 봉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