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고의 50%가 인간의 실수와 판단 착오인 Human Factor 로 인해서 발생하게 되고, 그 중 마의 11분이라고 불리는 이륙/착륙 때 발생되는 항공사고 비율이 전체의 50% 를 넘는다.
이때문에 조종사들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미연방항공청(FAA, 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 에서 발행한 PHAK(Pilot's Handbook of Aeronautical Knowledge) 에서 항공역사 다음으로 항공의사결정, ADM(Aeronautical Decision Making)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그들은 수십년간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 연구해 어떻게 하면 항공사고를 줄일 수 있을까를 고민, 여러가지 체계적인 구조를 내놓았는데 가장 대표적으로 자주 쓰이는 것이 3P Model 이다.
3P (Perceive - Process - Perform)
Perceive the given set of circumstances for a flight
Process by evaluating their impact on flight safety
Perform by implementing the best course of action
말그대로 인지하고, 조사하고, 실행하는 것.
항공분야에서는 한순간의 찰나가 사고로 이어지는, 지상을 제외하고는 항공기를 멈출 수 없기 때문에 당황하거나 순간의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면 엄청난 인명사고로 직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조종사들은 적절한 상황판단을 하기위해 계속해서 공부하는 것은 물론, 몸에서 저절로 반응이 나오도록 하는 Memory Items 을 일정한 주기마다 익히고 시험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 위의 3P Model 은 실생활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
내가 미국으로 조종교육을 결심하는 것이 그렇게 힘든 결정은 아니었다.
내가 처해있는 상황이 어떤것인지 인지(Perceive) 하는것이 첫번째 과정이고, Process(조사) 를 동시에 수행했다.
항공기 조종사가 될 수 있는 길은 크게 5가지로 나뉘어지게 된다.
1. 공군 조종사
2. 대학교 항공운항학과에 재학하며 조종사 자격증 취득
3. 항공사의 운항인턴, 혹은 조종훈련생 선발에 합격해 교육을 받는 것(현재는 없어졌다)
4. 한국에서 개인적으로 비행교육을 받는 것
5. 해외에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돌아오는 것
공군 조종사의 경우 의무복무가 10년으로 상당한 시간을 군대에 할애해야한다는 점과 이미 군생활을 4년 해보았기 때문에 애초에 선택지에서 배제되었고, 항공사 운항인턴이나 조종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항공사 선선발 교육 프로그램(항공사 면접을 통해 먼저 선발되고, 울진 비행교육원에서 교육을 받으며 품질, 자원관리를 받는 시스템이다. 국토교통부에서 만든 몇 안되는 프로그램) 의 경우 대학교 학사가 필요하다고는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필요한 점 때문에 접었고(당시에는 학사가 없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비행을 시작할 것인지 미국으로 건너가서 비행을 할 것인지를 고민했었다.
당시에는 항공사에서 면접을 보고 뽑혀 관리를 받으며 조종교육을 받는 선선발 프로그램에 상당한 메리트를 느꼈기 때문에 2년이 넘는 대학생활을 끝내고 졸업해 지원해볼까? 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었다. 하지만 한 학기 대학교를 다니며 계속 드는 생각은 정말 학사만이 필요한 내 상황에 관심도 없는 전공수업에 시간과 정신, 금전을 소모해야 한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 정말 쓸데없다고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부모님과 누님의 대화를 통해 미국행을 결정하게 되었다.
Perceive와 Process 가 끝난 후, 나는 Perform 했다. 어느 국가로 갈지, 그리고 어느 지역을, 어느 학교를 선택할지.
그리고 2019년 4월 3일, Fort-Worth, TX, USA 로 향하는 항공편에 몸을 실었다.
미국이라는 광활한 땅을 향해 가는것도 처음이었고, 내가 지금까지 공부하고 체감한 영어 실력을 사용하고 더 배울 수 있다는 것과 조종을 배운다는 기대감은 내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떨리고 흥분되었다. 오죽하면 기내에서 서비스하는 와인을 10잔을(?) 마셨을까.
Fort-Worth International Airport 에 착륙해 첫 입국 심사를 보러 들어갔던 그때가 이상하게 잊혀지지 않는다. 미국의 그 정형화된 어두운 남색 제복을 입은 직원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내가 제시한 서류들과 비자, 여권을 몇번 보더니 스탬프를 푹 찍어주더라. 그러면서 뜻밖에 들었던 그에게서 나온 말은 나를 마치 산뜻하게 만들었달까?
" Welcome to America- "
그 순간을 시작으로 나는 텍사스에 정식으로 비자를 받고 입국한, 정당한 권리를 가진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정신없는 나의 미국 생활도 시작되었다. 공항에 나오자마자 로밍되어있는 폰을 들어 학교에 말해야 했기 때문이다.
날 태우러 와 달라고.
" Hey, I just arrived at the airport. could you pick me up? "
Interstate 20. 나에게는 정말 정겨운 도로다. 1년 넘게 저 도로를 달렸는데 글을 쓰며 회상하니 다시 한번 달리고 싶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