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llas-Fortworth INTL 의 정신없는 Class Bravo Airspace 를 무사히 지나가면 주파수는 언제 그랬냐는듯 고요해진다.
미국에선 Class ‘E’ Airspace 에서 관제기관에 교신할 의무가 없다. 권장 사항이다.
2020년 ADS-B OUT 이 의무장착 되면서 휴대용 ADS-B Receiver만 있으면 관제기관과 교신하지 않더라도 항공정보, 비행정보, 교통정보 등 비행에 필요한 대부분의 자료들을 획득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쉽게 변환하여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조종사들은 더욱 안전한 비행이 가능하다는 것.
미국과 한국의 공역체계는 다른 부분이 많다.
간단하게 항공로를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미국은 1200ft AGL ~ 17999ft (Class E), 18000~59999ft(Class A), 60000ft 이상은 Class E 이지만
한국은 SFC~1000ft AGL/MSL (Class G), 1000~MEA(Class E), MEA~FL200(Class D), FL201~FL600(Class A), FL601 부터는 Class G 이다.
VFR 항공기가 Class E 를 비행하고자 할 경우 미국은 교신 의무가 없으며, 한국은 민간항공기에 한해 교신이 의무화되어 있다.
이런 한국에서 VFR 비행을 할 경우 협소한 공역 탓에 말 그대로 VFR Flight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조종사가 눈으로 지표면을 식별하며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롭게 가는게 VFR 비행의 묘미인데, 교통량이 많은 공항의 경우 특정 지점을 경유하여 가거나 제한적인 레이더 유도를 통해 교통에 방해되지 않도록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추후에 다루기로~
이렇기 때문에 내가 원한다면 관제기관과 교신하지 않고 ADS-B 를 이용한, 아주 조용한 비행이 될 수도 있다. 근데 나는 지금 공부하러 왔고, 영어를 사용하러 왔기에 대부분의 경우 관제기관과 교신하며 Basic Radar Service, Flight Following 을 받으려고 한다. 이로 인한 이점은 영어의 사용, 그리고 안테나 수신기의 부정확한 위치로 Blind area가 생길경우 항공기를 포작하지 못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관제사의 교통 조언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기상 정보나 NOTAM, TFR 등의 정보들도 적시에 제공해주기 때문에 왠만하면 관제사분들과 직접 교신하며 비행한다.
편도 비행거리가 최소 3시간이기 때문에 전날 Walmart에 들려 샌드위치와 음료, 군것질거리를 사서 갔다. 월마트 특유의 샌드위치는 딱딱한 바게트 빵에 햄과 최소한의 야채, 그리고 소스를 때려 붓는 특징이 있다. 가성비가 아주 훌륭하지만 치아바타나 같은 고급스러움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항상 맛있게 먹었다! 6500ft 가 넘는 높이에서 뭔들 맛있지 않을까? 가끔씩 이 높이에서 나만의 기내식을 먹으며 비행하던 그 때가 그립다.
하루 최대 6시간 정도를 빌리면 갈 수 있는 공항으로는 Abilene Reginal Airport 가 있다. 옆에 공군기지가 있기도 하고 공항이 생각보다 꽤 큰 곳이기도 하지만 쉬지않고 왕복 6시간을 꽉꽉 채워 갔다올 수 있는 거리로는 이 곳이 제격이라고 하더라. 하지만 이런 장거리 비행에서는, 계기판의 수치들은 정상인지와 같은 일반적인 점검만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교육이나 시험에서 이뤄지는 비행기동 연습을 하기 힘들다.
이렇기 때문에 보통의 경우 나는 1시간 거리의 공항에 가서 항공기 이착륙과 기동 연습을 한다. 각 단계별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선 여러 기동과 테크닉을 할 수 있는 실력이 필요한데, 교관과 같이 비행할 경우 교육비로 시간당 8~10만원의 지출이 발생한다. 그게 모이면 나중엔 몇백만원이 차이나는 큰 금액이기 때문에 가만히 멍 때리며 생각하는 비행보다는 교관에게서 배운 기술들을 복습하며 안전 고도에서 연습하는 Time-building flight 를 선호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긴 거리를 비행하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땅을 바라보며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저녁 메뉴부터 한국 생각, 그리고 말하기엔 너무나도 많은 잡다한 생각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형들에게 물어보니 자기들도 다 그런 생각을 한다고, 돌이켜보니 생각을 정리할 수 있던 그 때가 난 너무 좋았다.
저 멀리 목적지가 100NM 안쪽으로 들어오기 시작하자 슬슬 긴장이 됐다. 첫번째 기착지가 일반적인 공항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항공기 엔진 성능이 평소보다 잘 나오지 않을 것을 고려해 하강을 조금 늦게 시작하고, 공항 정보들을 다시 읽고 최신 정보들을 받아 다시 확인했다.
날씨는 무척 깨끗했고, 특별사항도 없었기에 다소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LUBBOCK 접근관제소와 교신하는 순간 없어졌던 긴장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Good after lubbock apprach, N0000, maintaining 7500, with you.
N52243, lubbock approach, hello. lubbock altimeter 2997 and advise you have the weather.
We have the weather, 52243
N52243, Roger. direct right base for RWY 35L and descend VFR
direct rightbase for RWY 35L, descend VFR, N52243
위키피디아에 올려진 Lubbock Smith INTL airport, KLBB
서부에서 꽤 큰 공항인 이 곳에서 주기하고 둘러볼 시간이 없다. 이 곳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공항이 최종 목적지기 때문이다. 착륙 하자마자관제탑에 다시 지상 활주하여 이륙하겠다고 하니 내가 착륙한 RWY 35L 로 활주 지시를 한다.
“ N52243, roger. RWY 35L taxi via M “
“ RWY 35L taxi via M, N52243. will depart to the south “
“ Roger “
약 30분 거리인 Lamesa Municipal Airport 가 내 최종 목적지다. 미국 연방항공법상 규정된 최소 거리를 초과한 공항 두 곳에서 이착륙이 필요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해당 공항을 중간기착지로 정했다. 제트기가 내리는 큰 활주로로 배정했기 때문에 자그마한 Cessna172가 착륙하기엔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다. 속된 말로 어떻게든 난리를 쳐도 항공기는 절대로 활주로를 벗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사뿐히 착륙을 하고 최종 목적지인 Lamesa로 가는 길은 고요했다. 서부 텍사스의 드넓은 광야에 한산한 교통량 때문인지 무척이나 평화로웠다. 산이나 언덕은 전혀 없었고, 나무를 찾기 힘든 곳이어서 엔진이 정지하는 비상 상황에서도 어디든지 쉽게 착륙할 수 있을 것 같다.
레이더 지원 업무를 받고 있었는데 도착하기 5분 전, 관제소에서 연락이 온다.
N52243, No traffic observed between you and the airport, radar service terminated, Squawk and maintain VFR. frequency change approved
Squawk and maintain VFR, frequency change, 2-4-3, thank you for your hel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