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꾸리꾸리한 날엔? 교실 놀이!
아침 조회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들의 목소리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체육 가야하는데... "
오늘 오면서 체육만을 바라보며 왔을 아이들이 속으로는 너무 귀엽고 그 마음이 이해가 되지만 짐짓 엄한 표정을 짓고 "아직 방송 안끝났다. 기다리자" 라고 했다.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이 끝나고 "줄 서자~" 라는 말 한마디에
재빠른 몸짓으로 남자 1줄, 여자 1줄을 서는 아이들
모든 수업에도 그렇게 빠릿빠릿 하면 좋으련만 그건 너무 나의 욕심이겠지 싶었다.
인솔 후 한 숨 돌리며 커피 한 잔 내리러 가는 길에 아이들의 긴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왜?"
"체육쌤이 없어요~!!!"
"뭐어~~~? 교실로 다시 와~~!!!"
"네에~~? 아ㅏㅏㅜㅜ"
아뿔싸, 시간표가 바뀐 것을 미리 확인을 못해서 아이들에게 전달해주지 못했던 것이다.
입이 댓 발 나온 24명의 아이들의 얼굴을 못본 채 하며 수학책을 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 '전화위복' 이라는 말 처럼 세상에 완전 나쁜 일은 없다는 것,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인성교육은 사실 수업에 녹아있는 것이 아닐까? 잠시 여담이지만 어떤 사건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수많은 ~교육주간, ~교육 실적을 만들어야하는 학교의 현실을 마주하며 참 모순적이라고 느꼈다. "교사가 교육과정이다" 라는 슬로건과 "~교육주간 실적 제출"이 함께 공존하는 문서등록대장이라니. 교육은 백년지대계이지만 매년 새롭게 들어오는 8~13세 아이들에게 맞춤형 수업을 운영해야한다니.
이 간극을 메우고자 나는 명시적으로도 주간을 운영할때 그 주에도 운영하며 문서를 작성해두지만, 매 수업, 생활지도마다 삶에 대한 태도, 인성, 사회성, 감정조절 등을 녹이고 있다. 교실놀이를 하는 것 치고 거창한(ㅎ)이유기는 하지만! 내가 오늘처럼 어두운 날씨에 가장 좋아하는 교실놀이 3가지를 꺼냈다.
내가 좋아하는 이유는 딱 3가지다. 1) 준비물이 없다 2) 영상 한번이면 이해가 쉽다. 3) 책상 이동이 필요없다.
첫번째! 바로 흡혈귀를 찾아라!
으스스한 노래를 틀어두고 아이들을 엎드리게 한다.
그리고 흡혈귀를 한명 고른다.
고른 뒤 아이들이 서로 돌아다니며 서로 악수를 하게 한다.
흡혈귀는 악수를 하며 상대 친구의 손을 살짝 문지르거나 누른다.
흡혈귀와 악수를 한 학생은 3명의 학생과 악수를 더 한뒤 '으악'하며 공동묘지 존으로 이동한다.
나머지 친구들은 흡혈귀를 추측하여 앞에 놓인 의자에 올라가 흡혈귀를 맞춘다
절반이 공동묘지 가기 전에 흡혈귀를 찾으면 시민의 승리! 절반 이상이 공동묘지로 가면 흡혈귀의 승리!
아이들이 모두 흡혈귀를 하고싶어하지만 그래도 모두가 참여할 수 있고
공동묘지에 간 친구들은 숨을 죽이며 흡혈귀가 발견될지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즐길 수 있어서 인기만점이다. 갓 남자, 여자 성별에 구별을 두기 시작하고 파벌을 만들 낌새를 보이는 아이들에게
모두 함께 놀고 경계를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두번째! 바로 침묵의 마피아
위의 흡혈귀를 찾아라 게임과 방법은 비슷하다. 흡혈귀가 마피아인 느낌? 하지만 보다 직관적이다.
마피아를 1명 뽑는다. 모든 학생들은 돌아다니면서 3명의 친구와 악수를 한다. 사회자는 학생들을 보면서 마피아와 악수한 3명의 학생을 적어둔다. 모두 앉은뒤 마피아와 악수한 학생을 호명한다. 마피아와 악수한 학생은 공동묘지 존으로 이동한다. 나머지 시민들은 마피아가 누군지 추측하여 1명 지목한다.
사회자는 마피아가 아닌지 맞는지 확인하여 말해주고 마피아를 찾을때까지 진행된다.
이 게임은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마피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게임 진행이 더 수월했다.
무엇보다 추측한 마피아를 아이들이 맞출 때의 서로 짜릿해하는 얼굴을 보면 나도 참 행복하다.
세번째! 바로 유령열차이다.
앞의 1,2번 놀이를 하다보면 아이들이 과열되거나 분위기가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아이들을 좀 진정시키고 긴장감이 끌어올려지는 유령열차를 한다. 정말 단순히 한 명씩 일어나면서 열차를 만들고 마지막에 남은 친구를 둘러싸는 놀이인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행복해한다. 긴장감도 느끼면서 하나의 열차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몸으로 친해지는 놀이이다.
교실 놀이의 딜레마는 아이들이 즐거울 수록 어수선해지거나 시끄러워 옆반에 방해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든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세가지 놀이는 불도 끄고 으스스한 노래도 틀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계속 긴장감을 주고 수업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아이들의 놀이시간이 나에겐 사실 협동과 사회성 수업이었는데 서로 목적을 이룬 것 같아서 행복했다.
내가 교사로서 들었던 가장 행복한 말이 "어? 오늘 공부 안했다!"였다.
나는 매 시간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수업을 하고 아이들에게 배움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는데
아이들에겐 그 수업들이 공부라는 어렵고 힘든 것으로 다가가지 않았다는 것이 초등교육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사실 연산과 같은 지루한 연습과 반복이 필요한 것도 있지만 끊임없는 연구로 아이들이 즐겁게 배움이 일어날 수 있는 수업을 계속 쌓아가야겠다고 생각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