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하고 나서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냐고?

by 지민

다른 미니멀리스트들의 책을 보면 비움하고 나서 후회한 적 없다고 하던데, 나는 솔직하게 비움하고 나서 후회한 적이 많다. 아쉬운 순간들이 있다.


얼마 전에도 잘 신던 샌들이 못 쓰게 되면서 작년에 버렸던 여름 쪼리가 생각났다. 그걸 내가 버렸나? 찾으니 이미 비운 한 후 …… 아쉽긴 하지만 내가 왜 버렸을까? 생각해보면 다 이유가 있다. 그 여름 쪼리는 예쁘긴 한데 걸을 때 정말 소리가 컸었지. 그래서 소리를 안 내고 걷느라 온종일 신고 집에 돌아오면 종아리 근육이 욱신거렸다. 찾을 때 없는 지금 당장은 좀 아쉽지만, 지금까지 필요한 순간도 없었고 이 한순간을 위해서 그동안 그 쪼리를 가지고 있지 않은 스스로가 대견했다.


비움하고 난 후 후회가 되는 순간이 있다면 이건 마치 헤어진 연인을 그리면서 떠올리는 것과 같다. 분명 헤어진 이유가 있을 텐데, 힘들고 외로우면 잠시 생각나는 것. 하지만 그런 사람 곁에 있다고 내가 행복해질까? 외로움을 잠시 달래뿐이다.


물론 비움 한 후 후회가 되어 같은 물건으로 다시 채움을 한 적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이 물건의 소중함을 두 배, 세 배 느끼면서 채움 하는 것이므로 그 전과는 나에게 있어 다른 물건이 되는 것이다.


1년 365일 중에 필요한 하루를 위해 364일을 그 물건을 보관하고 정리하고 관리하는 것이 나을지 364일을 그 물건으로부터 자유롭게 살다가 필요한 순간 그 물건을 사거나 빌리고, 있는 물건으로 대체하는 것이 나을지 그건 각자의 선택이다. 옳고 그른 것은 없다.


결론적으로 물건을 비움하고 나서 후회를 한 적은 종종 있지만 그때마다 지금까지 그 물건 없이 홀가분하게 살아온 것을 생각하면 다시 돌아가더라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그리고 비움 상자라는 안전장치를 늘 활용하기 때문에 이제는 그런 후회의 순간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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