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맞히려는 사람,
변하지 않는 것을 찾는 사람

끝 모를 빙하기의 초입에서

by GreenT

AI가 본격적으로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다.
AGI를 만들어낼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이야기,
반도체, 에너지, 데이터센터 등
지금 올라타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경고들이 연일 쏟아진다.


그럴듯하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말들이 어딘가 어불성설처럼 느껴진다.


비트코인의 가치가 억 단위를 넘어설 것이라 확신했던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ChatGPT가 이렇게 빠르게 세상을 바꿀 것이라 정확히 예측했던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우리는 결과를 본 뒤에야 말한다.
“그때 그러지 말걸”, “조금만 빨랐어도”라고.


인간은 예로부터 알지 못하는 미지의 것을 두려워해 왔다.
불을 두려워했고, 동물을 두려워했고,

날씨와 자연 앞에서 늘 무력했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미래를 예측하려 애써왔다.


그리고 예측에 실패한 뒤에는
전혀 아깝지도 않은 과거를 계속 곱씹으며
마치 간발의 차이로 기회를 놓친 것처럼
스스로의 기억을 왜곡한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가 쏟아내는 수많은 예측들 역시
미래의 인류가 본다면 한심하기 그지없는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신통력이나 선경지명이 있지 않는 이상,
미래를 정확히 맞히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나 역시 그 사실을 여러 번 경험했다.
한때는 바둑 프로기사의 길을 꿈꿨고,
또 한때는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에

인생의 상당한 시간을 걸었다.


그 선택들은 그 순간만 놓고 보면 충분히 합리적이었다.
그러나 미래는 언제나
나의 계산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 경험은 내게 하나의 결론을 남겼다.
미래에 무엇이 유망할지를 맞히는 일보다,
시간이 지나도 무엇이 남아 있을지를 고민하는 편이
오히려 더 현실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이것 역시 하나의 예측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불변의 가치’조차 절대적으로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해서 생각하려 한다.
아니, 살아 있는 이상 우리는
계속 생각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기술은 점점 완벽해질 것이다.
글도, 그림도, 음악도
기계가 만들어내는 시대가 올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완벽해질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더 사람다운 것에 끌릴지도 모른다.


조금 서툴고, 모순적이며, 불완전하지만
그래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누군가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질문과 고민.
나 자신을 이해하려는 탐구,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


아마도 이것들은
가장 느리게 변하는 가치들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미래를 맞히려 애쓰지 않기로 했다.
대신, 어떤 시대가 오더라도
끝까지 지니고 갈 태도와 질문을 붙잡고 싶다.
완벽한 답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AI라는 끝 모를 빙하기의 초입에
들어섰는지도 모른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세상은 점점 더 차가워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빙하기가 왔다고,
그 끝모를 추위가 고통스럽고 두렵다고
스스로의 불꽃마저 져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나와 모든 인류의
가장 깊숙한 곳에 남아 있을 숭고한 불꽃을 품고,
이 추위를 견디는 가장 작고 여린 것들을 위해 온기를 나누며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타오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