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후회할 짓들을 골라 하겠지.
이제 나와 결이 맞지 않는 사람과 억지로 관계를 유지하지 않는다.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들과만 어울린다. 함께 불편하느니 혼자 있는 편을 택하곤 한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다 보니 진심으로 보고 싶은 분들만 만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 대신 나랑 다르다고 싸우진 않는다. 조용히 거리를 둘 뿐이다.
수학공부를 직접 하진 않지만 우리 딸이 수학공부에서 기본에 충실하도록 중심을 잡는다. 수학 사교육 대신 학교수업을 정말 열심히 듣도록 한다. 그리고 집에서도 학교 교과서를 한권 더 사두고 그날 배운 것을 복습하도록 한다. 문제만 푸는 게 아니라 교과서에 나온 상세한 개념 설명, 풀이 과정을 완전히 이해할때까지 천천히 진도를 나간다.
마흔이 다 되다 보니 나에게 조언을 하는 사람 자체가 줄었다. 꼰대들의 말을 너무 곧이곧대로 듣지 말아야지 후회하다가 금세 나도 꼰대의 나이가 됐다. 남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도록 기를 쓰고 노력한다. 아무도 지적해주지 않으니 스스로 말과 행동을 더욱 신중하게 해야지 다짐한다.
딸아이가 이제 많이 자라서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그렇다 헤도 SNS전시용 맛집, 여행지, 핫플레이스에 방문하지 않는다. 전시할 SNS계정은 모두 없어졌으니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인 숲속 도서관 카페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쓸 뿐이다. 가끔 이럴 때 쓴 글들을 다듬어 브런치스토리에 끄적일 뿐이다.
안 쓴지 오래된 물건(보통 1년 기준)들은 불필요한 것이라 여기고 바로 비운다. 여전히 24평 구축 아파트에 세 식구가 살기 때문에 물건을 쟁여 둘 공간이 없다. 옷도 계절 별로 몇 벌만, 화장품도 국그릇만한 상자에 다 들어갈 정도로만 구비해 놓는다. 그러다 보니 옷도 화장품도 더 신중하게 고른다. 꾸밈에서 불필요한 소비가 확연히 줄었다.
다이어트는 아예 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대상포진을 계기로 저칼로리 다이어트를 멈춰서 그런지 식탐 자체가 없어졌다. 배고프면 그냥 집에 있는 식재료들로 간단히 요리해 먹는다. 가끔 디저트, 치킨 등도 먹지만 많은 양을 먹진 못한다. 배가 금방 부르다. 더 먹으면 체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몸에서 소화 되는 만큼만 먹고 주 3회 50분씩 웨이트 홈트레이닝을 한다. 별 신경을 쓰지 않아도 적정 체중이 유지된다. 그야말로 탈 다이어터의 일상이다.
육아서도 자기계발서도 더이상 읽지 않는다. 깊이 공감하며 울고 웃을 수 있는 소설책과 에세이 위주로 읽는다. 독서는 더이상 숙제가 아닌 즐거운 휴식이 됐다.
이렇게 보면 후회했던 것들을 많이 개선한 듯 하다. 그런데 참 잘 안되는 것이 있다. 바로.. '딸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하염없이 행복한 시간 보내기'
딸아이가 조금 더 주변 정리를 잘 했으면, 밥을 더 골고루 먹어 키가 좀 컸으면, 스스로 시간관리를 했으면, 유치한 놀이는 그만 하고 책좀 더 읽었으면 등등. 나 자신에 대한 욕심은 많이 내려놓았으나 딸아이에 대한 욕심은 내려놓질 못했다. 매일같이 딸아이에게 잔소리를 퍼붓고, 아이는 듣기 싫다고 징징댄다. 그러다 싸우고, 지지고 볶고.. 함께 웃는 날보다 서로 화 내는 날이 더 많은 요즘이다. 생활습관과 공부습관을 잘 잡아줘야 한다는 내 욕심을 내려놓지 못해서, 있는 그대로의 자녀의 모습을 존중하는 자상한 엄마가 못 됐다. 엄격하고 깐깐한 호랑이 선생님같은 엄마가 됐다.
아직 초등학교 3학년이라 지금의 엄격함이 조금이나마 통하지만, 본격적인 사춘기에 접어들어 아예 안 통하면 어쩌나. 깐깐하게 하다가 괜히 사이만 틀어지고 겉잡을 수 없어지면 어쩌나. 그래서 딸아이가 성인이 될 때 쯤 지금의 내 모습에 대해 또 후회할 것 같다. 그렇다고 마냥 오냐오냐 키우고 싶진 않고. 어느 정도가 엄격함의 적정선일까, 늘 고민한다. 이거 말고도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많은 부분을 10년 후엔 또 후회하고 있겠지. 그때 또 후회막심 스토리 2편을 써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