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에 대한 불신

by 달이

"달이 씨.. 믿기 힘들겠지만,

달이 씨의 본질적인 문제는 다이어트가 아니에요."


3회 차 상담에서

상담선생님이 조심스럽게 꺼낸 말이었다.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이게 무슨 말이지?'

'이 사람, 내 얘기를 제대로 듣긴 한 걸까.'


나는 분명 다이어트 때문에 힘들었다

살이 찌는 게 두려웠고,

그래서 먹고 나면 토를 했다.


문제는 명확하다고 생각했다.

살만 빼면 된다.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다이어트 문제가 아니라니.

황당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달이씨, 이렇게 식이장애를 겪고 계신 분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아요.

가족 관계는 어떠셨어요?"



”저희 가족은... 큰 문제없이

어느 가정과 다를 것 없이 평범했어요.

부모님 두 분의 금술도 좋으시고,

저도 행복한 기억뿐이에요."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내 기억 속 우리 가족은 화목했다.

봄이면 나들이를 갔고,

여름이면 물놀이했다.

가을에는 함께 산을 올랐고,

겨울이면 썰매를 타러 갔다.

넉넉하진 않았지만 부모님의 사랑을 충분히 받으며 자랐다.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한에서는.



"정말이에요.

저 사랑 많이 받으면서 자랐어요."



"지금은 잘 모를 수도 있어요."

"기억나지 않는 마음들이 무의식에 남아 있을 수도 있고요.

그걸 알아차리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려요."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최, 선생님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이해하기도 싫었다.



행복했던 우리 가족을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었고,

나에게 '문제'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상담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4회 차 상담까지 받고

제멋대로 상담을 그만두었다.



‘상담 없이도 나는 분명 해낼 수 있어.’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과

더 이상 뭘 하겠어. 혼자 해내면 되지.'


상담선생님조차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나는 스스로를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토하는 행동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나는 자꾸 변기를 붙잡고 있었다.


'오늘까지만.'

'내일은 절대 토 하지 말자'


지킬 수 없는 말로 나 자신과 약속을 했다.



그저 다이어트만 성공하면 된다고,

그러면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고

스스로를 애써 설득했다.



폭식과 구토는 반복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체중과 외모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었다.



내일 한 시간 더 뛰면 된다고,

토를 했으니 살은 안 찔 거라고,

말도 안 되는 말들을 늘어놓으며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정작 내 마음이 썩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나는 여전히 ''만 빼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 믿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