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갑자기 경영인이 되었다 (12)

방황의 시작, 2017년 5~8월

by Munthm 지오그라피

약 9개월 만에 이어서 다시 글을 쓴다.

방황의 시작이란 제목은 2017년 5월부터 시작되었던 나의 방황을 뜻하기도,

2017년 3~4월의 글을 썼던 올해 2월부터 시작되었던 나의 방황을 뜻하기도 한다.

나의 방황은 아직 진행중인데, 어쩌면 이때쯤 부터 시작해왔던 것은 아닐까 싶다.

방황이면서 나의 생존기를 지나가고 있는 시점에, 다시 이 글들을 쓰면서 나의 과거를 복기하고 싶어졌다.

2017년, 겨우 2년 일했을 뿐인데 뭐가 아쉽다고 나는 방향을 바꾸지 못했던 것일까.

그때 방향을 바꿨더라면 지금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까?

우선은 이 글들을 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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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필리핀 박람회 이후, 4월, 5월, 6월에만 직원들이 4명이 퇴사를 했다. 사실상 나와 사장님 (아버지) 둘이 남은 것이다. 익숙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6개월 이상 우리 회사 버텼던 직원은 없었고, 5월에 나간 경력직 한 명 (2016년 5~6월 합류했던)만이 1년 정도를 채우고 나간 것이다. 한 명은 오버티오였으니 인원은 3명이 부족해졌는데, 각각 경리직원 한명과 영업직원 2명이었고, 경리직원은 계속 들락날락 하던 차였으니, 우리는 총 6명 인원 체제에서 3~4명 체제로 변경되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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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점쯤부터는 뭔가 힘이 많이 빠졌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럴 이유도 없었고, 사실 이 바로 전편의 글을 썼던 2월까지만 해도, 이번 편은 꽤나 중요한 내용이 다뤄질 예정이었는데. 무엇이냐면, 저때 줄줄이 나갔던 4명의 직원들 중 1명을 제외한 3명이서는 의기투합하여 우리가 필리핀 출장에 가서 얻었던 소기의 결과물로 창업을 했던 것이다. 심지어는 우리가 홍보해주러 갔던 회사에 찾아가 투자를 호소하며 투자까지 받았더랬다. 직원들이 줄줄이 나가는 동안 나는 그냥 나가는 구나 했었는데, 7~8월쯤 되니 이상한 소문과 함께, 무슨 선전포고마냥 제일 주범 역할을 했던 나와 같이 필리핀에 출장 갔던 직원이 자신의 카톡 프로필 사진에 당당히 필리핀에서 그 아이템으로 사업을 하고 있음을 걸어둔 것.

그래서 내가 되돌아보건대, 이때부터 뭔가 꼬이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는데, 이때 생긴 어떤 악에 받친 감정들이 뭔가 나를 더 이 산업에 붙잡아뒀던 것 같다. 이때쯤에 살이 많이 쪘는데 혼자서 저렇게 안주들을 집으로 사오기도 하고, 혼자서 밥을 먹기도 하면서 항상 마무리는 혼자 방에서 술을 마시곤 했다. 술에 취하면 다시 허기가져서 집에 있는 간식 같은 것을 또 꺼내서 먹고의 무한 반복. 나는 슬럼프가 오면 저렇게 먹고, 술마시고, 몸을 스스로 혹사시키는 스타일이라는 것도 이때쯤 깨달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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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맥도날드와 레이크록의 에피소드를 담은 영화 더 파운더를 CGV 아트시네마에 가서 보고 오기도 했지만, 어쩌면 변명 거리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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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쯤에는 다시 러닝과 조금 친해져 있었다. 마지막 살기 위한 발악이었나.

군대에서 헬스를 시작하고, 중간에 잠깐 목디스크 때문에 2~3달 정도 운동을 쉰 것 외에는 그 이후로 강박적으로 헬스를 했다. 그건 지금까지도 멈춤이 없었다. 이렇게 얘기하면 거의 8~9년을 운동을 했기 때문에 나는 마치 김종국은 아니어도 웬만한 바프 찍을 만한 급의 몸인가 싶겠지만 전혀 그렇지는 않다. 우리 가족은 운동신경, 체육 과는 매우 거리가 먼데, 그런 것 치고는 그래도 몸이 많이 변하지 않았나 싶긴 하다.

이런 나 스스로와의 타협을 버려야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사실 의존적이고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최근에 깨닫고 있다. 이때쯤에 깨달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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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쯤에 나는 이런 나의 감정들을 외면(?)하고자 게임을 하곤 했다. 집에 들어가기 싫은 날들이 많아 (집에 가면 사장인 아버지가 또 있다. 싫다.) 혼자서 피씨방에서 새벽이 되어야 집에 들어가곤 했다. 다른 친구들은 집에서 게임을 하는데 혼자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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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씩 계속 하고 싶었던 음악에도 욕심을 내곤 했다. 귀에 들어올리 없었지만. 어느하나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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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예비군 훈련에서 만난 중학교 동창들과 같이 밥을 먹으며 옛날 얘기를 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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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한국 비행을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내가 가서 자고 누나는 집에서 자고.

나는 혼자 있는 것이 이렇게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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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을 가는 것도. 혼자 있는 것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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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베틀그라운드를 하는 것이 왜 좋았는지 물어본다면, 아마도 팀 게임이어서 였던 것 같다.

무슨 말이냐면, 나는 언제나 이렇게 혼자였던 것 같은데, 그건 사실 주변에 좋은 사람이 없으니 차선으로 혼자를 택했던 것 같은데, 나는 사실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 같았다. 출장이 길어지면 안에서부터 뭔가 무너져내리고 석양을 바라보며 한없이 우울했던 기억들이 갑자기 떠오른다. 물론 하루 이틀 뒤면 한국에 돌아가 친구들을 만나고 하면서 다시 괜찮아지곤 했는데, 그 마저도 친구들도 이제 일을 시작하고 하면서 자주 볼 수 없었는데, 게임에 들어가면 친구들이 있었다. 언제건 누구 하나는 있었다.

그리고 당시 배그의 라이트 유저들 (게임이 출시된지 얼마 안되었으니 사실상 대부분)은 싱글 플레이보다는 팀플레이를 하면서 그냥 같이 모험하는 느낌 자체를 재밌어 했던 것 같다. (적어도 나와 내 친구들은 그랬다.) 그래서 재밌었던 것 같다. 같이 차를 타고 다니고, 움직이고. 나를 더 되돌아봤어야 지금까지 오지 않았을텐데 라는 생각과 함께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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