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unthm 지오그라피 Nov 27. 2023

나는 갑자기 경영인이 되었다 (13)

두 번째 유럽 여행에 빠지다, 2017년 9~10월

이제 와서 되돌아보니, 슬럼프가 올 때면 이탈리아 박람회를 핑계로 유럽 여행을 다녀오면 그 앞뒤로의 시간들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면 역마살이 낀 사람일 수도 있겠고.. 근데 6년이 지금 지난 현재의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한국에서 출발하는 유럽 편들은 보통 저녁 시간대에 도착하는데, 저녁에 체크인 한 뒤에 근처 아무데나 에서 와인 한 잔 이렇게 마시는 게 정말 좋은 것 같다. 이때는 주말에 출발하여 주말은 로마에서 보낸 뒤 일요일 오후에 볼로냐로 가는 것이어서 로마를 즐기고 있었다. 

아침 조식. 유럽에서는 따뜻한 빵이 주로 나와서 정말 좋다. 

대부의 한 장면 같은 이발소 풍경도 보고. 

MAXXI 현대 미술관 (독특했던 건축물만 기억에 남는 아쉬움..) 

저녁에는 로마의 클럽들을 돌아다녔는데, 지금이나 당시에나 네임밸류가 꽤 있는 Palms Trax 가 꽤나 작은 베뉴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테크노 DJ들은 그에 걸맞게(?) 조금 더 인더스트리얼한 느낌으로 폐 기차역 같은 곳에서 공연 중이었고 그 날 헤드라이너는 Shifted 였다. (지금도 활동 하는지?)

최근에서야 내가 가장 집중이 되는 시간대가 언제인가 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데, 아마도 나는 야행성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언제가도 정겨운 볼로냐 

이때는 특별히 하루 일정을 따로 빼서 Modena 에 위치한 공장들을 방문하기도 했다. 출장은 나로하여금 다양한 생각에 휩싸이게 만든다. 여려가지 해결되지 않는 주제들이 있는데, 나중에 생각을 좀 더 다듬어 써보고자 한다.


1.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 유지되는 '전통적' 제조업 기반의 산업들. 과연 현재 한국은 여전히 '제조업'을 향해 계속 정책이 발전해야 하는가? 한국이 현재까지 강점을 갖고 있는 제조업인 반도체, 자동차 제조업은 사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가 집중하는 유럽형 제조업과 성격이 다르고. 그렇다고 미국, 네덜란드 등이 집중하는 기술집약형 제조업과도 또 성격이 다른 것 같다. 한국이 가야할 길은 도대체 어디일까.


2. 특히 스페인, 이탈리아 사람들이 '삶' 그자체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그런 이유 때문인지 부모님 세대와 비슷하게 살아가는 것을 많이 볼 수 있고 음식과 여가를 위해 더 많은 돈, 더 큰 일 등에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어보이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3. 어쩌면 1+2. 1~2주 짧게나마 그들의 생활 속에 들어갔다가 한국에 돌아오면 금방 그때의 여유를 잊는다. 나는 여행자여서 여유로웠던 것인가 하는 희미한 핑계를 대보며 다시 여유 없는 삶 속으로 빨려들어가 무의식 속에서나마 그들의 여유를 부러워 하며 살아간다. 

볼로냐 대학가 앞에서 나와 저녁을 같이 먹은 이탈리아 파트너는 자신도 더 시골(?)인 모데나에서 대학교를 진학하면서 볼로냐 생활을 해봤다는데 그래서 OO초를 어디서 파는지 안다며, 자신만 할것이니 걱정 말라며 그런 것을 팔 것처럼 보이는 어린 친구들에게 다가가더니 뭔가를 사왔다. 나는 젤라또나 먹었다. 

이 당시에 내가 동경하던 베를린으로 볼로냐에서 바로 비행기로 이동하였다. 

유럽 내에서 저가항공을 이용할 시에는 50~100유로 정도 금액으로 유럽 내 웬만한 도시는 왕복으로 이동할 수 있었는데, 유럽의 20대들 또는 유럽에서 20대를 보내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큰 특권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2030년대 쯤의 아시아에서 알파 세대들이 주말마다 자카르타, 호치민, 서울, 도쿄, 상하이, 타이페이, 방콕, 쿠알라룸푸르, 싱가폴 등을 돌아다니며 노는 모습을 유럽 친구들은 부러워 하려나? 

지하철 입구부터 맘에 들었던 베를린. 

한숨 자고 새벽 6시 동틀 무렵에 클럽 기행을 떠난다. 

저 오른쪽 사진에서는 내가 우스갯소리로, 하라는 것만 잘 지킨다고 했는데, 강아지들은 정말 희한하게 얌전하고 입마개도 잘했는데, 술마시며 음식 먹으며 담배피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ㅋㅋ 

산책하는 길 아니고 클럽가는 길이 맞다.

이런 거대한 건물에 진입하면 거대한 클럽이 나오고. 아침인지 새벽인지도 모를 정도로 내부는 어둡고 캄캄하며, 사람이 당연히 밤에 비해 붐비지야 않지만 꽤나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즐기고 있다. 보통의 클럽들에서는 1~2시간 단위로 디제이들이 플레이하지만 베를린에서는 기본 3~5시간씩 플레이를 하고 심한 경우는 7~11시간을 혼자서 플레이하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디제이는 중간중간 화장실을 다녀오기도, 간단한 음식을 먹기도 한다고 한다. 

버거마이스터는 아마도 대표적인 스트릿+클럽 푸드가 아닐까. 

베를린에서 올드카가 어떤 플렉스의 상징이었던 것 같지는 않고, 정말로 관리 잘된 멋있는 올드카를 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대대적인 개발을 하고 있는 모습도 공존한다. 

말도 안되게 줄을 서는 케밥집. 웃으면서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서울에 오면 금방 그 시간들을 잊는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갑자기 경영인이 되었다 (1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