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탄력성에 관하여
최근에 고속버스를 자주 타게되면서 굉장히 생산적인 출퇴근을 하고 있다. 책도 많이 읽게 되고, 영어강사로써 준비해야할 뉴욕타임즈 기사자료, 각종 수업준비 등 웬만한것들을 버스안에서 다 해결하고 있다. 일반버스보다 고속버스다보니 자리도 많고, 조용하고, 와이파이도 잘 터져서, 마치 움직이는 도서관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살짝 적응이 안되는 것은 가끔 야리꾸리(?)한 냄새가 난다는 것인데... 그냥 참고 가는거다.
최근 읽은 책 중에 '내면소통'저자로 유명한 교수이자 작가인 '김주환' 님의 '회복탄력성' 을 읽어보았다. 굉장히 유익한 여러 방식을 소개해주는데, 다른 책에서 하는 얘기를 제외하고 이 책에서 좀 더 핵심적으로 우리가 주목해야할 사실은 크게 세 가지로, 다음과 같다.
1. 부정적인 정서가 나타나는 원인은 우리의 '상황판단'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던간에 그 사건은 객관적으로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볼 수 없다. 하지만, 우리의 개인적인 해석, 판단 혹은 추측(Speculation)이 개입되기 시작하면서 그 상황이 긍정 혹은 부정으로 나뉘어져 버리는 것이다. 즉, 부정적인 사람들은 '이 사람이 나를 무시하는 건가? 나와 싸우자는 건가?' 등 그 중립적 사건에 대한 해석을 부정적으로 하기 때문에 분노와 짜증이 올라온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살려면? 당연히 정반대로 행동하는 연습을 하면 자연스럽게 기본 정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뀐다.
(이 책에서는 실제 하와이의 어느 한 섬의 사례를 들어서 이 부분을 실험으로 입증했는데,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 중 30%는 이 긍정적인 정서를 함양함으로써 인생을 만족스럽게, 성공적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2. 뇌는, 우리가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신체의 근육처럼 사고의 회로를 바꿀 수 있는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다. 흔히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theory)'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 이론은 우리에게 큰 희망을 준다. 왜냐하면,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자신의 생각과 정서를 긍정적으로 키우다보면 뇌 자체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위 사실은 여러 실험을 바탕으로 기록된 논문을 통해 널리 입증이 되고 있다.
3. 그렇다고 계속 행복하기만 한 것도 좋은 게 아니다. 우리가 계속 행복하면 그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만족하게 되고, 거기에 빠져있다보면 자연스럽게 도태된다. 성공한 사람들에게 역경과 고난이라는 것은 기회이다. '역경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것이 아니라, '역경을 통해서' 성공한 것이다. 회복 탄력성이라는 것이 나오는데, 간단하게 트렘벌린(혹은 방방이)를 생각해보면 된다. 고난을 마주하면 우리는 절망에 빠지게 된다. 그 절망속에서 다시 바운스를 해서 정상 범위로 튀어오르게 되면 성공하는 것이고, 탄력을 받지못하고 그 구렁텅이 속에서 해매다보면 계속 그 부정적인 상황에 머무르게 된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정서와 높은 회복탄력성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매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노출이 되는데, 나에게 일어나는 일을 부정적으로 해석할수록 자연스럽게 모든 게 부정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게 되고, 낮은 탄력성으로 계속 그 불만으로 가득찬 동굴속에서 헤매게 되는 것이다.
이런 책을 읽게 된 가장 큰 계기가 있다. 바로 한국에서 살면서 예측하지 못했던 스트레스때문이다.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와서 제일 크게 느낀 점인데, 굉장히 여러가지 장점이 많지만 너무나 큰 단점이 바로 기본 예의, 매너이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한국이 좁은 탓도 있겠지만 그걸 차치하고서라도 너무도 무례한 경우를 많이 목격하고 경험했다. 대중교통을 탈 때나, 직접 운전을 할 때나 참 당황스러운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새치기를 한다던지, 갑지기 끼어든다던지, 아니면 반대로 너무 고의적으로 길을 안비켜준다던지, 하는 것 등 어떻게든 서로 먼저 지나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장담컨대 실제 외국인들은 이런 부분에 더욱 예민해서, 내색은 안해도 아마 굉장히 불만스러운 점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미국에서 7년 살면서 거의 경험한 적이 없었는데, 이런 일들이 한국에선 일주일에도 몇 번씩 일어난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
그래서 이 책이 추천해준 내용처럼 실제 어떤 상황에서도 최대한 내 생각을 '이 사람이 뭔가 바쁜 일이 있나보다.' 혹은 '개인적으로 안좋은 일이 있었나보다.' 등 최소한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다보니 느낀점은 일단 그 순간에 화가 날 수는 있어도, 그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지속성이 놀라울정도로 짧아졌다. 그 전에는 하루 종일 그 스트레스가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기도 했는데, 그런 것이 일체 없어졌다. 이것만으로도 훌륭하다. 그 외에 이 책에서 제시한 여러가지 뇌과학적으로 유용한 기술들도 (예를 들면 감사하기) 내 삶에 도움이 정말 많이 되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 삶이 부정적으로 느껴진다고 한다면, 이상하게 요즘 따라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고 있다고 한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