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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호 May 27. 2022

나는 돈을 벌려고 태어난 게 아니다.

각자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자.


사람들은 누구나 '가지고 '  무엇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해야 '  무엇, 혹은 차라리 자기가 '되어야 '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이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




런던 리젠트 파크에서 찍은 영국의 멋쟁이 노신사

돈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 이유를 아는 것이다.


요새 1억을 모아야 한다 5천만 원을 모아야 한다. 부자가 되어야 한다. 한 달 수익 6천만 원 만드는 법 등. 온갖 자극적인 썸네일이 인터넷을 뒤덮고 있다. 그런데 정작 왜 이렇게까지 모아야 하는지, 왜 그렇게 부자가 되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콘텐츠는 보이지 않는다. 주객이 전도되는 느낌이다.


돈은 당연히 중요하다. 인생을 좀 더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원하지 않는 일을 굳이 할 필요가 없어지고, 모든 재화나 서비스 비용을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만든다. 그래서 사람들이 돈이라는 '수단'에 혈안이 되어있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이 지나칠 정도로 돈을 강조한다. 마치 돈을 위해서 인생을 살아가는 것처럼.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돈은 삶의 일부이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진짜 고민해야 할 부분은 '내 인생의 목적을 아는 것' 혹은 '나만의 무언가를 꿈꾸거나 해보고 싶은 일들을 구현해내는 것' 이어야 하는데, 정작 내가 인생에서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 뭔지도 모른 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돈을 벌 수 있을까, 저 아파트는 얼마지? 생각하면서 열심히 번 돈을 저축하거나 주식과 부동산에 올인한다. 물론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데에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겠지만, 대부분은 맹목적으로, 기계적으로 그 '트렌드'를 좇는다. 정작 젊었을 때, 기회가 있을 때 경험해보면 좋을 일들이 정말 많은데 그걸 다 내려놓고 미래를 하염없이 걱정하며, '나중'을 생각하면서 고이 접는다. 나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던 사람으로서, 이 점이 제일 안타까운 것 같다.


여태껏 다녀본 발렌시아가 매장 중에 런던의  플래그쉽 스토어가 제일 아름다웠다.



화려해 보이는 남의 인생을 따라가면, 그 끝은 허망하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말은 결코 진부해져서는 안 될 말이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어보면, 우주의 세계에서 지구는 점 하나에 불과하고, 그 안에서 사는 우리는 '먼지'만큼 작고, 그 시간은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천억 자산가 Kelly Choi 씨가 언급한 말처럼, 돈이나 물건 같은 물리적인 목표를 달성한 순간에 그 행복은 아주 잠깐이다. 불교에서는 '찰나' 혹은 '크샤나'라고 표현한다. 당신이 100억을 벌었다고 해서, 지금 건물주가 되었다고 갑자기 인생이 꽃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변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충분한 시간을 가질 줄 알고, 그리고 남들이 뭐라 건 간에 나 자신이 어떤 라이프스타일로, 어떤 프로젝트나 일을 꾸려나가기를 원하는지 알아가면서 즐겁게 성장할 줄 아는 것이 가장 후회 없는 삶이 아닐까?


해보고 싶은 일을 도전하면서 돈을 벌고,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전부 달성했다.


지금의 나는 기본적인 생활비 이외에는 쇼핑을 잘하지 않는다. 지난 8년 동안 내가 해보고 싶었던 다양한 직업군에서 돈을 벌면서 쇼핑을 정말 할 만큼 했기 때문이다. 와인도 마시고 싶은 만큼 마셨고, 디자이너 브랜드의 옷, 신발 같은 럭셔리 아이템들도 살만큼 사봤다. 유럽 해외여행도 원 없이 했고, 미국에서 7년 가까이 살면서 여러 번 미국 대도시들을 돌아다니면서 외국에서의 삶도 충분히 살았다. 그 과정에서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카드빚을 지기도 했고, 지금은 다 갚았다. 올해 9월에는 미국 콜로라도 주에 슈퍼카 오픈로드 드라이빙 이벤트가 있어서 예약해놓았다. 그러면 사실상 죽기 전에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다 해낸 것이다. 내가 금수저라서? 우리 가족이 들으면 기절할 말이다. 어떤 분야에서 미래에 전문적으로 일하며 살고 싶은지, 그리고 내가 어떤 경험을 하고 살았으면 좋겠는지 이 두 가지 고민에 항상 집중하면서 살아왔다. 왜냐하면 내 인생의 근본적인 목적이 바로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대학생 때는 내가 관심 있어하는 일들을 리스트로 만들어서 경험해보았다. 카페 바리스타, 방송국 카메라맨, 호텔 레스토랑 서버, 백화점 노트북 판매 등. 재밌을 것 같으면 무조건 도전했고, 월급이 얼만지는 상관하지 않았다. 계약직으로, 파트타이머로 해보면서 돈을 지속적으로 벌었고, 지금은 미국에서 스토어 매니저로 일을 하면서 벌고 있고, 그 돈을 가지고 내가 꿈꾸던 일들을 실현해가는데 열심히 썼다. 결과적으로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충분히 살아왔다. 이제 돈을 필요로 하는 인생 목표들은 웬만큼 다 이뤘기 때문에, 더 이상 돈 쓸 일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후회 없이 잘 썼다. 이제는 뭔가를 더 사고 싶거나 어딜 놀러 가서 크게 쓰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래서 조만간 미국을 떠나 조용히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리고 그런 경험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발견하고 발전시킨 재능들을 좀 더 전문적으로 깊게 공부해서,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시카고 트리뷴타워 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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