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제 없다
뒤척인다. 너무 이른 새벽이다.
어스름한 밤이 가득 찬 방에 홀로 누워 뒤척인다.
무수한 생각들이 강물처럼 흘러든다.
'너만 알고 있어라' 언니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린다. 왜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나더러 어쩌라는 말인가.
뒤척인다.
'난 그 아이는 만나고 싶지 않아.
게에 대해서 몰랐으면 좋겠어.'
나직한 친구의 목소리가 들린다. 오랜 친구들이라고 믿었는데.... 버려지는 사람들, 그 시간들은 무엇이었단 말인가
뒤척인다.
아픈 마음, 아픈 생각들이 이 새벽에 강물이 되어 내게 흘러들고, 난 다만 뒤척이며, 단지 뒤척일 뿐이다.
'난 그 사람하고 같이 할 수 없어요.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요!'
아니야! 아니야! 그래서는 안돼. 묵직한 통증이 가슴으로 느껴진다. 터져 나올 것 같은 비명을 삼키며 벌떡 일어난다.
악몽 같은 어둠만이 내 곁에 있다.
이 어둠 속에서
내가 보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네가 뭘 안다고 그래!'
결국은 또다시
날 죽음으로 내몰던
그의 칼날 같은 부르짖음이 날아든다.
가슴에 칼이 꽂히는 것 같은 통증이 느껴진다.
그는 없어. 지금은 단지 기억일 뿐이야.
나 자신에게 일깨운다. 그런데도 나는 왜 항상 이 기억 속에 갇히는 것일까?
오늘도 출구를 찾지 못하고 헤매기만 하다가, 터져 나오려는 비명을 억누르며 울음이 되고 만다.
가슴 먹먹한 흐느낌만이 내 곁에서 나를 토닥인다.
그는 이제 없어.
조용히 일어나 창가로 간다.
푸르스름하고 부드러운 햇살이 내 곁에 와 있다.
그래,
아침은 벌써 내 곁에 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