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사람이 힘든 이유 중의 하나는 놓아야 할 것을 놓지 못하고 계속 붙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 그 말, 그 지나간 기억까지 왜 나는 그렇게 잊지 못하고 집착하게 되는 걸까?
'상실'이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상실'과 '고통'은 동전의 양면처럼 등을 맞대고 있는 것이다.
스무셋,
난 아직 어렸고, 서툴렀고,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난 아직도 세상을 알지 못했다.
그를 보기 위해 먼 길을 갔지만, 먼발치에서 바라보던 시간들이 지속되었다.
한 번은 일 때문 이기는 했지만 광화문의 어느 빵집에서 만나기도 했다.
그는 매우 섬세하고 부드러운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내게는 사무적이고 어렵게만 느껴졌다.
내 생각과 그의 생각이 같지 않다는 것을 조금은 예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가 독일로 유학을 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온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아픔을 느꼈다.
끝내는 그를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도 꽤 오랜 시간을 그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울곤 했다.
그는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지금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냥 수많은 동료 중의 한 명으로 스쳐 지나갔을 것 같다.
그는 어느 날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고, 온통 내 생각을 차지했었다. 그리고는 오랜 시간 슬픔과 고통을 안겨주었다.
한 동안은 그 빵집 앞을 지날 때마다 아픔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내 마음 깊은 곳에 남아, 문득문득 내 마음을 건드린다.
이제는 슬프거나 아프지는 않다.
안개 같은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젊은 날의 우리들과, 그 시절의 어색함, 어찌할 줄 몰랐던 그 시절의 순수함이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상실의 고통 때문에 눈물 흘리던 그 마음이.
'만약에'라는 말은 의미가 없다.
"내 첫사랑이 데리러 온다네요!"
첫사랑과 결혼해서 삼십 년을 함께 산 경순 씨가 부러워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