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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꿈의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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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naim Lee Nov 26. 2022

지도

20221111

1

새로운 블루투스가 나와서 입에 넣었다 케이스 표면에 구멍이 숭숭나서 입안에서 굴리기 좋았다 남자는 내 머리에 트리트먼트를 바르고 수건같은 비닐로 문질렀다 축축하고 미끄덩한 느낌이 뒷목을 타고 흐를 것 같았다 _분명 남자였는데 공용 샤워장에서 보니 가슴이 큰 여자였다


2

옷을 벗었다 분명 샤워만 하고 갈 생각이었다 라이더 재킷을 벗고 후드티를 벗고 니트 안에 내의 내의 안에 속옷 신발의 신발 양말에 양말 끝없이 나를 둘러 싼 것들을 벗느라 시간이 걸렸다 지칠무렵 공용 샤워실세 사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3

샤워기 앞에서 물을 쐴 때마다 옆에 있던 여자가 샤워기 방향을 틀었다 여자의 목에는 독일 국기가 그려져있었다 독일과 한국 사이에서 태어난 여자였다 순간 나도 모르게 샤워기를 뺏고 너 네덜란드 사람이지 네덜란드 교포인가 네덜란드 네덜란드


4

뉴스는 어지러운 시대를 끝없이 흘려보내고 있었다 나는 샤워장에 들어온 거대한 인형을 창밖으로 던졌다 아스팔트에 떨어진 인형은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되더니 서로 싸웠다 그때였다 누군가 우리를 체포하러 온다는 말을 들었다 다들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모든 옷을 다 입을 수 없어 티셔츠에 바지 양말은 잊고 신발만 신은 채 벗어놓은 옷은 책이 들어 무거운 가방에 쑤셔담아 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5

그곳은 분명 이사오기 전 동네였다 익숙한 골목이었다 이 길로 달리면 학교 학교를 지나서 왼쪽 길로 가야 집이 나왔다 같이 도망치던 무리들은 한 식당으로 들어갔고 집이 근처인 나는 집으로 가려다 빨간차와 맞딱뜨렸다  빨간차는 우리를 쫓고 있는 무리를 일컫는 말이었고 정작 빨간색으로 도색한 차가 아닌 흰차에 빨간색 띠가 테이핑되어있는 차였다


6

빨간차 안에는 검정수트를 입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그들에게 잡히면 끝장이라는 사실은 안봐도 비디오였다 나는 급하게 식당 창문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옆에 있던 여자는 그들에게 붙잡혀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직 대낮이었다


7

식당에서 한숨을 돌리고 있었다 선배들도 다행이라며 나와 술잔을 기울였다 반지하였던 식당은 밤이 되자 반지하 집으로 바뀌었다 손님들과 선배들은 다 사라지고  나는 스트리머가 제보한 영상대로 머리카락에서 다른 머리카락이 쏟아지는 공포를 체험했다 알고보니 젊은 여성 스트리머가 다른 스트리머를 따라해서 조작한 영상이었지만 분명 그것의 정체를 느낀 나는 더는 그곳에 머무를 수 없었다


8

들어온 창문을 통해 그곳을 나왔다 거리는 새벽처럼 고요했다 사람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스피커는 도로를 향해 켜져있었다 볼륨을 줄이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밖에 떨어져 있던 내 핸드폰을 챙겨 집으로 향했다


9

길을 건너서 왼쪽으로 올라가도 전에 살던 집은 보이지 않았다 앱으로 위치를 확인하니 제주도로 나왔다 이곳은 분명 은평구인데 이상했다 그래 감으로 가자 가다보면 익숙한 길이 보일 것이다


10

골목을 달렸다 익숙한 길이 보였다 어릴 적 살던 동네였다 내가 아는 모든 골목이 하나로 겹쳐진 것만 같았다 집을 찾을 수 있을까 지구 어디에도 내 집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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