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aranaim Lee
Nov 2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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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에 우울증에 약을 과하게 먹다가 어렵게 끊었다고
말하던 지인이 있었다 작년에는 자살 시도도 했다고 유서까지 가족들한테 보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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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발견해서 살았는지 무튼 그때 죽지 않고 살았다면서
농담처럼 말하던 그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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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단 장사하는 부모 밑에서 나름 여유롭게 본인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해왔지만 서른이 넘고 일은 잘 안풀리고 동거하던 애인과는 헤어지고 담담하게 말하던 너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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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이토록 마음과 같지 않은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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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꽤 오래 삼류의 삶을 살았다 나이트 무대에서 춤을 추고 호빠에서 박스로도 일하고 목소리가 타고나서 노래를 제법 잘하는 편이었지만 창법이 구식이라 변화가 필요했던 지점이었다 어중간한 재능은 없느니만 못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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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객관적으로 볼 때 스타성이 없었다 매력도 개성도 없고 취향도 촌스럽지만 노력만큼은 최선을 다 하던 친구였다 어쩌면 운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운이 조금만 더해지기만 했어도 방송인이 됐을 수도 있고 재능만 좀 더 아니 스타성만 좀 더 있었어도 그가 떨어진 '스트리트 맨 파이터'에 나왔을 수도 있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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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와 우연히 알게 되고 지인으로 지낸 이유는 사람이 선해서였다 그리고 연락이 두절 됐다가 몇달 전에 다시 만났을 땐 변해있었다 내가 알던 그 친구가 맞나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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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자기 확신이 엿보였었는데 계속되는 실패들로 무너지고 퇴색되고 퇴보된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의 취향은 스타들이 무대에서 입고 올라올 법한 화려하고 튀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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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나는 건 촬영을 끝내고 사람들 때문에 속이 답답했을 때 그 친구 녹음실에서 밤새 노래부르게 디렉팅해준 거 고마웠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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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의 매력여부를 떠나 자살하고 싶어하는 사람과 연애하고 싶지 않았다 만약 그 마음을 받아 사귀고 있었다면 그가 이렇게 자살해버리고 나면 남겨진 사람들이 그 모든 고통을 받아내고 이겨내며 살아야하니까 차라리 아픈 사람이었다면 그래서 죽음을 준비할 수 있었다면 그게 더 나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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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방향성과 애티튜드가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기도 했고 사실 내 기준에서 괜찮은 혹은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착한 사람인 건 인정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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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던 걸 이뤘구나 꿈을 이루기 힘들어 자멸을 이룬거니 넌 끝까지 삶을 어리석게 사는구나 차라리 스스로를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면 그래서 자신이 세상에 어떤 이유로 왔는지 깨달았다면 니가 생각했던 그 허황된 꿈들을 쫓으며 좌절하기보단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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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다는 생각은 나 역시 하루에도 서너번씩 든다 많은 이들이 생각으로 흘려 보내거나 실행에 실패하거나 성공하며 살겠지 그렇지만 그렇게 죽어버리는 건 스스로에 대한 부정이 아닐까 나는 나를 증명하기 위해 끈질기게 먹고 살아내고 있어 자멸하고 싶은 비겁과 싸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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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놓아버리는 것은 선택이지만 자살은 삭제가 아니야 인간의 삶은 유기적이잖아 선택에는 책임이 있고 너의 죽음으로 너와 관계된 모든 이의 마음을 멍들었을 테고 더구나 여전히 이 지옥을 육신도 없이 떠돌기만 하는 게 무슨 평화고 행복이겠니 마음이 좋지 않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