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7
1
꿈을 꿨다
나는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세 곳으로 갈라진 나라를 보며 어디로
날아갈지 고민하고 있었다
전쟁하는 곳으로 아니
가난한 자들이 있는 곳으로 아니
마음이 아픈 자들에게 어쩌면
내가 없는 편이 나을지도 몰라
2
꿈에서 깼을 땐 밤이 깊어 있었다
낮과 밤을 뒤바꾸고 사는 동안
나의 낮과 나의 밤을 기억해주는 이는
없었다 나에게도 천사가 있었는데
나에게도 신이 있었는데
3
절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기분이야
코로나 때문에 교회도 못가면서
중은 못되도 중생은 되어야되는데
4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데 웃기지
사람이 싫어도 사람을 떠나지 못하니까
개새끼처럼 나를 애정해준 인간들 곁을 맴돌며
쓰다듬어 달라고 부비적대고 있잖아
5
목사님이 아침부터 커피랑 케이크를 보내주셨다
우리가 연극을 올린지 벌써 일년이라고
6
일년이 지워졌다
평소에 먹지않는 커피와
케이크였지만 먹고 싶어졌다
카페에 가서 창밖을 보며 사색하던
시간이 그리워지고
7
그래 이제 기대도 없다
당신을 나와같이 사랑하거나
당신을 나와같이 미워하는 일도
8
예쁘단 말 하지 마세요
예쁜 것들은 결국 변하니까
변하고 나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
9
삶이 죽음으로 변질되는 동안
내가 찾아야 할 것은 사랑이었는데
10
너는 오지를 않고 어제는 눈이 내렸다
11
캄캄한 방이 밤처럼 지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