樂書 01

담쟁이에게

by 외별

<담쟁이에게>


허름한 돌담 가득 빼곡하게 모여 손톱 끝에 피멍 들도록 하늘로만 오르려는 너. 너의 완력에 창을 닫은 담장은 숨이 막히지.

그만, 움켜쥔 손을 풀고 부릅뜬 눈을 내려, 벗은 발로 딛고 선 단단한 땅을 내려다보렴. 아무 대가도 없이 널 받치는 땅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뿌리에 적시는지.

너의 발아래 어두운 곳에서 낮은 자세로 누워, 멀어져만 가는 네게, 부지런히 길어 올리는 것이 진정 생명이란 것을, 한 번쯤, 돌아보지 않을래?

담쟁이여,
포기 못한 손모가지여,
내게서 잘려나간 집착이여,


/外別/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