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_ no 13

허벅지論

by 외별

<허벅지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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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탱해야 하는 삶이 다르듯, 저마다 허벅지의 무게가 다르다.


세렝게티 초원에서 잡초보다 높게 뛰어오르는 톰슨가젤의 가녀린 허벅지는 허기진 사자를 피하기에 적당하고, 악어들 우굴대는 '마라강'에 선 어미 누우의 살진 허벅지는 어린 누우가 '마라강'을 건널 때까지 악어의 아가리에서 견뎌낼 수 있을 만큼 완강하다.


어미 누우를 닮은 어머니는 좌판 앞에서 톰슨가젤 같은 아들을 위해 시간에게 허벅지를 물리고 계셨다. 어머니의 허벅지에 의족처럼 끼워진 것은 굽은 골목 계단을 절뚝이며 오르던 지게다리. 아버지의 허벅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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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히말라야 능선에서 사자死者의 뼈로 만든 인골피리를 불어대던 티베트 승려는 그림자로도 땅 위에 눕지 않고 죽은 허벅지들이 새들을 대신하여 허공에서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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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래된 관절로 걷던 골목에서 어머니의 허벅지를 뜯어대던 유년의 기억들이 의치義齒를 문 시간 속에서 버둥대고 있다. 피리가 된 어머니는 골목 가로등이 꺼지도록 노래를 부르지 않고


흐린 날엔가, 주인 없는 발자국이 수북하게 쌓인 내 허벅지에는 속이 까맣게 파인 장승이 성큼 들어와 썩은 살을 시즙屍汁처럼 허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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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畏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