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동화 _ 사육
<잔혹동화 _ 사육飼戮>
1.
강아지 한 마리 기르려고 값을 물으니 주먹만 한 녀석이 80만 원이라기에 토끼를 대신 2만 원에 사 왔다. 녀석에게 토실이라 이름을 주고 강철 토끼장에 가둬놓고 키웠더니 늠름한 모습이 강아지를 닮아간다. 문득 욕심이 생겨 먹이를 줄 때마다 녀석에게 "너는 오늘부터 강아지다" 세뇌시키며 토끼짓을 할 때마다 몽둥이로 때렸더니 석 달이 가기 전에 혓바닥 날름대는 꼴이 영락없는 강아지라.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컹컹 짖으려고 하는 폼에 두어 달만 더 옥죄면 환골탈태 이룰 거란 야심 찬 생각을 하였는데, 지난밤 유난히 토끼짓을 하는 통에 몽둥이로 서너 대 매질을 하였더니 새벽 오기 전에 숨을 놓아버리더군. 두어 달만 버티면 찬란한 강아지가 되었을 텐데, 제풀에 죽다니.
토실이가 죽어버린 아침에 상심한 아들은 수저를 들지 않고, 난 아들에게도 몽둥이를 흔들어 보이고 있었다.
2.
퇴근해서 벗어놓은 셔츠 앞가슴이 퍼렇다.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가 발길질을 했던 선명한 자국. 맨발로 칼 위를 걸었던 흔적이 활시위 같다. 이름을 벗고 싶은 욕망 간절한 날에도 명패를 동여맨 실핏줄이 팽팽하고. 내 속의 내가, 나를 닮은 명패를 구두로 닦고 있다.
시간을 쪼갠 금(crack) 위에서, 이름을 지우고 창백해진 명패 하나, 비석 꿈처럼 걸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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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畏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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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飼 : 먹일 사
戮 : 죽일 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