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_ no 11

사막論 _ 물 마시는 법

by 외별

<사막論 _ 물 마시는 법>


1.
그 옛날, 목이 어지간히도 마른 사내가 사막을 건너왔는지 제 집에 도착하자마자 숨도 한번 고르기 전에 물 컵에 물을 받는데, 빨리 마시고 싶은 욕심에 수도꼭지를 끝까지 비틀어놓고 보니 수압이 너무 센 거라, 통이 작은 물 컵에는 도통 물이 담기지 않고 죄다 튀어나가 버렸지. 성미도 급한 사내, 컵은 내동댕이치고는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서 벌컥벌컥 수압 채 들이켰다던데, 날숨까지 같이 들이킨 사내 이내 맥을 놓았다더군 원도 없이 마신 물 잔뜩 뱃속에 담고 땅도 녹기 전에 산으로 가서 누워 산이 됐다더군.

사내는 아마 몰랐던 게지 새들이 폭포에서는 물을 마시지 않는 이유를


2.
매일 아침, 조갈증 때문에 가슴에서 나를 긷는 나는, 채 차지도 않은 속을 퍼내다 가물은 목구멍에 못질을 한다. 둔탁한 망치질로 쩍쩍 갈라 터진 틈새에 관뚜껑처럼 닫힌 우물이 있고, 가슴에 사막을 품은 채 사라진 사내가 우물 위에 주저앉아 시간을 염하는 모습도 있다.

부리를 적신 물로도 너끈히 가뭄을 건너던 새들은 부지런히 과거의 하늘로 날아가 버리고, 흉터 같은 새들의 울음이 목을 관통한 못구멍 속에서 공명되어 여전히 목이 마른 나는, 나를 마시지도 못하고 사막을 한 뼘만 더 늘여놓고 있었다.

깊은 목마름에 바다로 달려갔더니, 바다에는 사막이 출렁대고 있고
.


/畏瞥/


매거진에 수록했던 글을 브런치 북으로 옮겨 수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