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_ no 15

운중동 가는 길

by 외별

<운중동雲中洞 가는 길>


1
의왕에서 성남 가는 국사봉 고개 너머
구름 속 사는 동네 운중동 있어
누구나 마을 앞에선 나그네가 된다

구름은 좀처럼 마을로 내려앉는 일 없는데
산기슭 가득 무덤만 구름처럼 모여들고
살아서 좇던 꿈들이 죽어서도 썩지 못해
해지는 저녁마다 무덤에서 이는 바람 구름을 밀고

운중동엔 구름이 살지 않는다


2
먼 도시에서 숨 가쁘게 달려온 운구차가
국화 꽃잎처럼 관, 하나 가볍게 털어내는 저녁
여태껏 살아남은 목숨들은
무심히 땅을 파고

회색 하늘, 낮게 내려앉은 고개에
낯 선 무덤 하나 조등을 단다


3
저수지를 빠져나온 실개천 위
허름하게 걸려있는 콘크리트 다리 중간쯤
난간도 없는 연석에 주저앉은 노인이
이편과 저편, 번갈아 응시하며
가을볕을 쬐고 있다, 벼이삭처럼

멀어져 가는 냇물 소리에, 노인은
늙은 지팡이, 비로소 버리고
노인이 앉았던 다리에 균열 하나 보태진다



4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
바람이 잠시 앉았다 간다
구름도 잠시 운중동에 내리고
노인을 버린 지팡이만 홀로
다리 위를 걷는다

운중동 사람들은 구름을 잊고 산다
운중동에선 누구나 나그네가 된다



/畏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