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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모 Sep 01. 2023

인연의 고리를 끊겠습니다

가족/친구/지인이 내 머릿속에 어떤 형태로든 부정적인 기운으로 떠오르면 외우는 주문


"---의 인생은 ---의 것입니다. 나는 아무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나의 감정은 내가 처리하겠습니다. 속박하는 인연의 고리를 끊겠습니다"


걱정이든 원망이든 억울함이든 두려움이든... 온전히 어떤 이의 인생을 그에게 맡기는 선택은 모두를 자유롭게 한다. (딱히 거창한 노력은 필요하지 않다, 그저 내가 내 마음안에서 혹은 입밖으로 왈가왈부/시시비비하며 관여하지 않으면 된다)


인연의 고리를 끊겠다는 선언은 이미지 연상을 동반한다. 홍연, 붉은 인연의 실이 내게서 나와 상대를 칭칭 감든, 그에게서 나와 나를 감아안든, 그 실을 잘라내거나 스르르 해체시키는 이미지 - 그렇게 해서 아무도 얽어매지 않는 자유로운 상태에서 교제하는 인연이 되고자 선택한 주문과 이미지이다. 정말 효과가 있다. 약 1년간 내 마음 상태를 어지럽히고 있는 가까운 인연이 있는데 그 마음상태가 억울함과 원망, 비난이라 자주 떠오른다. 떠오를 때마다 저 네 마디를 외운다. 5분 뒤에 다시 떠오르면 또 외운다. 그러면 더 강렬한 감정으로 넘어가기 전에 차단이 된다. 아이들에 대한 걱정도 마찬가지. 나로부터 독립하도록, 내가 걱정과 부담이 되지 않도록, 타인을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 하더라도) 지나친 애정, 걱정과 원망 혹은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기 않기 위하여 외우는 다소 쌀쌀맞아 보이는 저 주문이야말로 제대로 상대를 위하고 존중하는 내 나름의 방법이다. 더불어 내가 내 감정의 화살 때문에 두번 상처입는 어리석음도 면하고 말이다.


상대를 위한다는 마음도, 뭔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도, 걱정하는 마음도, 원망하고 비난하고픈 마음도 딱 거기서 스탑. 내가 원해서 뭔가를 주고 행하고 나서도 거기서 스탑 (그것도 굳이 안해도 되지만). 애증의 마음이 들면 드는구나 하고 거기서 스탑. 각자의 인생은 각자의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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