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셀링? 당해보니 강매였더라

업셀링 지옥체험

by 으내


업셀(Upsell)
고객이 이미 구매하려는 제품보다 더 나은 기능이나 성능을 가진 상위 제품을 추천하여 추가 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유명하다는 모공프라이머를 사러 백화점에 들렀다. 해당 매장에 가서 프라이머를 보여달라고 하니 테스트를 해주겠다며 의자에 앉으란다. 얼굴을 화장솜으로 정리하고는 "선크림-프라이머-컨실러-파우더-눈썹-틴트-블러셔-픽서"까지 마무리해준다. 제품을 얼굴에 올릴 때마다 설명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하는데 귀가 솔깃해졌다. 그날따라 백화점 조명은 왜 이리 예뻤던지 그 제품만 사면 지금 거울 속의 얼굴이 될 것 같은 기대감이 부풀었다. 결국 나는 프라이머하나 사러 갔지만 컨실러와 틴트까지 사서 매장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타박타박 걸어가는 길에 CGV에서 근무를 했던 시절 4 기수 높은 까마득한 선배님이 생각났다. 서울신사처럼 생긴 외모에 전라도 사투리를 걸쭉하게 하시는 반전을 가지고 있었다. 매점업무를 담당하셨던 선배님은 스탭들(아르바이트)에게 늘 업셀링 판매를 강조 또 강조를 했다. 매점매출이 극장 영업이익에 크게 좌우했기에 팝콘과 음료하나를 사러 오는 고객에게는 CGV콤보로 업셀을 하라고 매번 조회 때마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교육시켰다.


어느날 극장에 온 외국인이 콜라를 하나 사러 매점에 방문을 했다. 착한 스탭들은 그 외국인에게 업셀판매를 하려고 했으나 영어에서 막힌 나머지 무전을 쳤다. "매니저님~ 업셀판매 건으로 매점 지원요청드립니다" 근무 중이셨던 선배가 매점으로 가서 상황을 듣고 외국인에게 업셀을 하기 시작했다. 영어로 말이다. 영어가 유창했냐고? 영어를 말했는데 왜 전라도 억양인지는 지금도 미스터리다.


외국인: coke pleas

선배: Large size ok?

외국인: okey


선배: With your pop corn?

외국인: hmm.. ok! small size


선배: ​If you add 500 won, you can eat popcorn in a large size.(팝콘박스 비교해 주며)

외국인: okey


선배: If you add 500 won, you can eat both drinks and popcorn in a large set.

외국인: wow, okey


선배: Do you need anything else?

Thank you. have a good time.



징하다. 혼자 극장 온 것 같아 보였는데 콜라 한잔 사러 온 외국인에게 콜라사이즈 up-팝콘 권유판매 후 - 팝콘사이즈 up을 통한 콤보세트까지 완벽했다.


스탭들은 엄지를 치켜들며 대단하다는 표현과 함께 고개를 절래절래했다. 쉬워 보일 수도 있지만 얼굴철판을 깔정도로 뻔뻔해야 하며 거절에도 상처받지 않는 자연스러움과 친절함을 겸비해야 한다. 어쨌든 그 선배는 극장에서 전설적인 엡셀과 마케팅을으로 쭉쭉 승진을 했지만 결혼 후 돌연 퇴사를 했다. 소식이 끊기고 1년이 지났을 무렵이다. 갑자기 스탭들 컵라면과 간식꾸러미를 잔뜩 들고 극장으로 온 것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을까 궁금했는데 그 선배는 본인지역에서 재무설계사로 활동하며 지역신문에 칼럼도 정기적으로 내고 억대연봉을 받는 재무설계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선배는 직원들의 급여는 대략 알고 있었기에 재무설계를 해 준다며 보험증권부터 비패턴을 분석 해줬고 실제로 도움이 많이되었다. 하지만 구멍이난 보험은 메꿔야 한다며 보험을 강요했다. 선배가 말을 너무 잘하기도 했고 하마터면 보험을 가입할 뻔했지만 그땐 정말 여윳돈이 없었던 게 신의 한 수였다. 선배는 창이 되어 여러 가지 현란한 말로 가입을 유도했고, 나는 방패가 되어 기승전 돈이 없다로 마무리되었다.'이제 선배 연락은 못 받겠구나'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거절하는 게 너무 괴로웠다. 이 이야기를 남편에게 한 적이 있는데 "거절하는 게 괴로워서 가입하면, 이제는 보험료가 괴로워진다"라고 했다



강매처럼 느껴지는 건 하수다.

효과적인 업셀링은 "이왕 사는 김에 더 좋은 걸 사서 만족도를 높이자"라는 합리적인 소비처럼 인식되도록 만드는 것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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