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 지우러 갔다가 타투 새기고 왔다

피부과 토닝치료 호갱썰

by 으내

둘째 하원 후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타는 아이를 기다리는데 아이친구 엄마가 불쑥 물었다.


친구엄마: 현 맘은 등원시키고 출근하세요?

나: 아니요 저 일 안 하고 있어요.

친구엄마: 정말요? 항상 얼굴이 정돈되어 있어서 어디 가는 줄 알았어요

나: 아.. 선크림, 눈썹, 입술까지는 기본 아닌가요? ㅎㅎㅎ

친구엄마: 저는 세수도 못하고 나올 때가 많거든요


나도 그랬다. 둘째를 출산하면 육아가 두배로 힘들어지는 게 아니라 10배는 더 힘들어진다는 걸 느끼던 시기였던 것 같다. 두 살 터울 남자아이를 키우며 첫째 아이를 3살에 첫 기관에 보내기 시작했고 등원하는 아침시간은 늘 전쟁 같았기에 화장은커녕 양치만 겨우 하고 첫째를 챙겨서 문 밖을 나선다. 둘째를 아기띠에 메고 마스크를 착용한다. 웬 마스크냐 하겠지만 코로나 시기라 생활의 필수템이 되어 버렸다. 벌써부터 숨이 차는 기분이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고 어느 순간 마스크 위로 올라온 갈색반점들이 눈에 띠기 시작했을 무렵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외출해도 되는 시기가 도래했다. 마스크가 얼굴을 가려준다는 생각에 맨얼굴로 다녔는데 방심했다. 마스크 위로 노출된 무방비상태로 보낸 시간 동안 나에게 기미라는 선물이 도착해 있었고 곧 둘째 아이 첫돌인데 수습이 필요했다. 기미치료를 받아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주변 피부과를 검색해 나섰다.


같은 시술도 가격천차만별이라 고심끝에 예약후 병원에 방문했다. 이곳은 전문의 의료진으로 구성된 피부과라 프리미엄이 붙는다. 그럼에도 이곳을 선택한 건 문제가 생겼을 때 사후 처리가 가능하다는 이유였다. 1차로 상담실장과 이야기를 하고 피부상태 3D 촬영 후 전문의 선생님을 만났다. 피부 양상이 극소 부위라 레이저 시술만 하면 될 거라는 의견에 다행스러웠고, 레이저로 점을 빼듯 그 부위를 태워서 치료를 했다. 딱지가 탈락되면서 같이 떨어질 거라고 했고 한 번에 다 없어질 수도 있지만 남아 있으면 다음에 한번 더 해보자고 하셨기에 희망적이었고 기분 좋게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며칠 뒤 딱지가 탈락되니 얼굴이 세상 깨끗해 보였다. 근거 있는 자신감이 생겨 셀카도 몇 장 찍어본다. 며칠 후 그 자리에는 전보다 더 진하고 선명한 반점이 올라왔다. 딱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병원으로 달려가 상담실장을 마주했다. 치료 부작용으로 방문한 걸 알아서인지 쉽사리 잘못을 인정 안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상담실장은 색소치료 자체가 한 번에 되기 어렵다며 보통 10회 20회 끊어서 관리를 꾸준히 해야 된다는 주장과 처음부터 횟수권을 말했으면 치료 자체를 고민해 봤을 거라는 나의 주장이 대립했다. "치료를 먼저 해놓고 횟수권을 끊으라는 건 부작용을 수습하는 조치 아닌가요?색깔도 전보다 더 진해져서 10회를 받는다 한들 치료 전의 상태로 돌아간다면 결국 원점 이잖아요"


상담실장은 차트라고 혼자 끄적여놓은 자료를 들쳐대며 분명히 말씀드렸다고 나를 몰아세운다. '역시 쉽게 인정하질 않는구나' 너무 억울했고 테이블에 놓인 거울에 반점이 비칠 때마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의 숙련된 전공을 살릴기회였다.

'이럴 때는 이렇게 말하고 행동해야 된다는 걸 매뉴얼처럼 알고 있었지만 MBTI의 대문자 F인 나는 속상함에 눈물이 먼저 차올라버렸다. 산후 우울증 탓이었을까? '망했다.. 우는 모습을 들키다니'




18년 전 첫 직장에서 나는 고객서비스의 접점에 있었다. 지금이라면 유튜브에 올라올만한 진상 클레임들을 겪어내며 20대의 내 여린 심장은 강철심장으로 바뀌었고, 그 경험들을 가지고 cs 공부하고 자격증을 취득해서 결혼 후에는 cs양성강사로도 활동을 했다.




눈물을 본 상담실장은 그제야 한결 부드러워졌다. 나를 달래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눈물이 먹혔다'


상담실장: 토닝치료 10회권이 부가세 포함 110만 원인데 50% 할인된 55만 원에 해드릴게요. 토닝치료 하시면 분명 좋아지실 거예요.


나: 10회 치료받은 후에도 별 차이 없으면간투자 돈투자 너무 손해 아닌가요.


상담실장: 이런 케이스의 경우 보통 10회 치료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치료되실 거예요.


나: 안되었을 경우 차후 방안도 확실히 말씀해 주세요. 이번처럼 부작용 생긴다거나..


상담실장: 10회 치료는 결제를 해주시고요. 그 이후 치료가 미비한 부분은 치료가 될 때까지 해드리겠습니다


할인된 가격으로 추가치료라니?! 이건 마치 불을 끄러왔다가 기름을 부은격이였지만 치료가 될 때 까지라는 말에 협상은 끝났고 나는 다시 카드를 꺼냈다. "일시불이요" 50% 할인이라고 하지만 이 금액이면 다른 피부과에서 토닝치료 10회 받는 것보다 비쌌다. 처음부터 전문의를 고집한 이유가 사고 후 수습정도인데 그 수습에도 돈이 들어가니 이게 과연 맞는 소비인가?


원장은 생각보다 순순히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하며 그런 경우가 잘 없는데 이번 치료받으면 좋아질 거라고 나를 다독였다. 2주마다 받아야 되지만 시급하니 1주마다 오라고 했고 나는 순한 양처럼 매주 월요일 10시마다 피부과로 출석을 했다.




4회 정도 치료까지는 별반 효과가 없었고 치료가 될까 의아했다. 3가지 토닝기계를 돌려가며 치료했고 나에게 잘 맞는 토닝기계를 찾아 4회 차부터는 효과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더니 8회 차 치료가 끝났을 무렵 피부는 꽤 깨끗해졌다. "치료를 지금처럼 매주 와야 되나요?" 시간 될 때 와서 이어서 받아도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 사이 우리 집은 옆동네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여름철이었기에 여름이 끝나고 가을쯤 이어서 받으려고 생각했다. 토닝치료로 약해져 있던 내 피부는 여름동안 금세 다시 기미가 올라와버렸다. 다시 방문한 피부과에서는 치료가 끝날 때까지가 아닌 2번의 횟수추가와 함께 치료가 종료되었다. 그렇다고 치료가 깨끗하게 되었냐고 묻는다면 그땐 깨끗했고 지금은 더럽다(다시 올라왔다는 이야기)


개인적으로 토닝은 돈지랄이라 생각이 든다. 결혼식 이라든지 돌잔치등 이벤트가 있을 경우 그날의 위한 투자는 좋지만 완치는 없더라 는 수습이라는 명목으로 호갱 업그레이드를 당했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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