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비가 내렸지

주유소 와이퍼 강매썰

by 으내

국지성 호우가 있는 날이었다. 비 예보가 있었지만 첫째는 양말에 크록스를 신고 둘째는 우비에 장화까지 풀세트를 하고 차에 올라탔다. 오늘의 라이딩 순서는 '첫째 등원- 둘째 등원- 주유하기- 집' 코스였다.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오자마자 갑작스럽게 한 번에 많은 비가 내려 와이퍼 속도를 빠르게 조정해 보지만 습기와 많은 물줄기로 인해 앞이 잘 보이질 않았다. 첫째 유치원 앞에 차를 세우고 내리려고 문을 여는데 세찬 비바람에 옷이 흠뻑 젖어버렸다. 첫째를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닥 만들어진 물 웅덩이에 발이 푹 빠져버렸다. '장화 신으라니까 말도 안 듣고 크록스 신을 거면 양말은 왜 신어서' 아이의 젖은 양말을 건네받고 잘 다녀오라는 인사 후 차에 올라탔다. 이제 둘째 어린이집행이다. 다행히 둘째는 완벽무장했으니 걱정 없었다. 5분쯤 지났나? 거짓말처럼 비가 멈췄다. 유치원 앞에서 본 하늘은 분명 비가 금방 멈출 것 같아 보이지 않았는데 우산을 쓰고서도 흠뻑 젖어버린 왼쪽 어깨를 만지며 날씨가 너무 야속하다고 생각했다. 둘째 어린이집 앞에 도착해서 차문을 여니 햇빛이 반짝이며 (비)웃는 것 같다. 반짝이는 햇빛사이로 우비꼬마가 나가신다. "잘 다녀와 귀염둥이"




예정대로 주유를 하러 주유소로 향했다. 이 근방 최저가 셀프주유소라며 남편이 보내준 주소를 네비에 찍고 주유소에 도착했다. 다행히 비는 더 내리지 않았고 주유를 하려고 차에서 내려 비닐장갑을 끼는데 직원처럼 생긴 아저씨가 나에게 다가온다.


오늘 특가 프로모션으로 해당차량 실리콘와이퍼를 공장도가에 해드리고 있다며 거의 대부분 많이 교체하셨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아까 와이퍼가 앞유리를 스쳐 지나갈 때 물기가 계속 남아있고 깨끗한 느낌이 아니었기에 아저씨의 영업멘트가 솔깃했다.


나: 얼만데요?

아저씨: 기본형은 3만원부터고요. 고급형은 4만원입니다. 50% 특가 할인이에요


마치 지금 안 하면 내가 손해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길래 차량관리라고는 셀프주유와 자동세차 후 물 닦기가 전부였던 나는 남편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남편은 차량가계부를 확인한 후 와이퍼를 교체한 지 2년이 넘었다며 교체해도 괜찮을 것 같으니 알아서 하라고 말했다.


나: 이거 교체하는데 얼마나 걸려요?

아저씨: 1분도 안 걸립니다. 바로 이 자리에서 해드려요

나: 그럼 교체할게요

아저씨가 내 차량의 순정와이퍼를 떼어내더니 말한다

아저씨: 고객님 와이퍼 고무가 다 닳았네요. 이번에 교체하시면 오래 쓰실 거니 고급형으로 해드릴게요

나: 기본형이랑 뭐가 다른데요?

아저씨: 저도 고급형 쓰는데 확실히 더 오래 씁니다. 1만원 차이니 고급형이 나으실 겁니다. 고급형으로 해드릴까요?

나: 네..(카드를 건넨다)


대답이 끝나자마다 와이퍼를 떼어내고 실리콘 와이퍼 고급형순식간에 장착시켰다. 사용 전에 워셔액을 충분히 뿌려서 한번 닦아보라고 팁을 알려주고 안녕히가시라며 90도 인사를 하길래 뒷 차량이 들어올 수 있어 바로 주유소를 빠져나왔다. 집으로 가는 길 남편에게 전화가 와서 한다는 말이 실리콘 와이퍼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2만원 안짝이면 바꿀 수 있단다. '헛.. 그럴 리가 없어'


나: 아까 얘기해 주지 지금 말하면 어떡해 만원 더 주고 고급형 으로 바꿨는데

남편: 나도 얼마 전에 주유소에서 교체했는데 쓸만하더라고 따로 교체하러 갈 시간도 없고 해서 그냥 하라고 했지 그래도 4만원은 좀 비싸긴 하다


차를 잠깐 정차시키고 내가 산 제품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려고 보니 새로 교체한 와이퍼 케이스를 챙기지 못했다는 걸 알았다. 무슨 제품으로 교체한 지도 모르고 4만원을 덜렁 주고 온 것이다. 차에서 내려서 와이퍼에 적힌 글씨를 검색해서 기어코 제품을 찾아냈다. 초록창을 켜고 제품명을 검색하는데 (이런) 안 나온다. 이미지 검색을 통해 어느 블로그로 유입이 되었다. 해당 제품이 있어 찬찬히 읽어보니 이 사람도 나처럼 주유소에서 영업당해서 실리콘 와이퍼를 교체했는데, 제품이 괜찮아서 따로 구매를 하고 싶은데 구매처를 찾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이제 더 생각하지 말아야지




오늘도 비가 내린다. 운전석 와이퍼가 왼쪽으로 왔다가 되돌아갈 때 물자국이 계속 남는 게 여간 신경이 쓰인다. 전보다 깨끗하게 닦이지 않는 느낌이다. 와이퍼 교체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왜이러냐 진짜!!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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