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채우기 게임

새벽배송 그 짜릿함의 세계

by 으내

새벽배송: 당일 밤 주문해도 다음날 아침 6-7시경 받을 수 있다. 육아로 외출이 어려운 경우 매우 유용하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외출을 하면 대역죄인이 되던 코로나 시절 신생아 둘을 키우며 나의 육아력에 큰 힘이 되어 주었던 건 단연 컬리 새벽배송, 쿠팡 로켓배송이었다. 분유, 기저귀, 물티슈, 이유식재료, 유아세제 생필품은 물론 노시부, 네뷸라이져 의료기기까지.. 맘카페에 들어가 국민템을 발견한다던지 뭐가 좋다더라 하면 어김없이 쿠팡 앱을 누른다. 당연히 있다! 내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식재료들은 내일 새벽 7시 전에는 우리 집 문 앞에 와있을 것이다.




아빠랑 잘 놀고 책을 읽다가도 졸리면 "엄마 내 옆으로 와 " 이 한마디에는 기분 좋은 뿌듯함과 가끔씩 애착인형이 된 기분을 느낄 때도 있다. 줌미팅이 있거나 해야 할 일들이 있을 때면 내 발목을 잡는다. '오늘은 제발 아빠랑 잠들지' 자장가를 켜고, 책을 읽은 후 아이 손을 잡고 기도를 해주고 잠이 들 때까지 옆에 누워 눈을 감고 잠든 척을 한다. 그럼 아이는 내 몸 위로 오르락내리락하다가 곧 편한 자리를 잡고 꿈나라기차를 탄다.

"10시 30분" 아이가 타는 꿈나라 기차에 잠깐 얻어 탄 모양이다. 살짝 잠이 들어버린 나는 허겁지겁 컬리 앱을 켠다. 11시까지만 결제하면 돼! 고요한 어둠 속에 손가락이 분주하다. 필요한 식재료 몇 가지를 담고 보니 32,500원 4만원 이상이 되면 무료배송인데 32,500원에 배송비 2,500원까지 더하면 손해 보는 기분이 든다. 시간이 얼마 없는데 10분 안에 결제해야 한다. 7,500원만 더 채우기로 마음먹고 빠르게 스캔한다. 마침 먹어보고 싶었던 베이글이 보인다. 23,000원 낱개가 아닌 세트포장이라 가격부담이 되지만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아 고민하는 사이 결제시간이 5분도 채 남지 않은 걸 알고 일단 장바구니에 담는다. 무료배송은 충족했는데 결제할 금액이 55,500원이 되어 버렸다. 시간이 2분도 안 남은 것 같다. 결제버튼을 눌러버렸다. 22:59분 주문한 상품은 내일 새벽배송이 될 예정이니 컬리박스를 집 앞에 놓으는 메시지다




2만원 이상 주문하면 무료배송이 되는 컬리 멤버스 구독을 해지해 버렸다. 내가 사는 패턴을 보면 한 번에 4만원 이상은 주문해서 할인쿠폰을 적용받으면 그 할인율이 더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배송비를 절약하기 위해 구매하다 보면 필요하지 않은 상품들까지 덤으로 구매하게 만드는 신개념 호갱이다.



띠리링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어제 주문했는데 7천원 쿠폰이라고?'살건 다 산거 같은데' 다시 컬리앱에 들어가 먹어보고 싶었던 제품이나 항상 쟁이는 식재료들을 장바구니에 담아둔다. 어제 장을 본터라 5만원이상 담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몇일이 지났다



띠리링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정확히 5일 만이다. 9천원 쿠폰이라고?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다' 최소주문금액도 35,000원이라니 며칠 전 담아뒀던 장바구니에 들어가서 고민도 안 하고 바로 할인쿠폰을 적용받아 결제버튼을 누른다.

만족할 만한 소비를 한 것 같아서 굉장히 뿌듯하다




남편: 한 번에 다 먹지도 않을 빵을 왜 이렇게 쟁여놔

나: 먹어보고 싶었던 거라 할인쿠폰 받아서 산 거야

남편: 다 못 먹으면 버려야는데 으이그 밥대신 먹어

나: 여보 오늘은 매콤한 게 땡긴다(빵이 물리네)




당장 먹을 것도 아닌데 오늘만 할인해 준다는 쿠폰에 현혹되어 살계획이 없던 디저트를 충동적으로 구매해 버렸다. 유통기한이 짧아 결국 다 못 먹고 버리게 되었다. 충동구매를 하지 않으려면 미리 계획을 세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나는 MBTI의 J형과는 거리가 먼 P형이다.


성격상 기승전 호갱이 된 걸까?


계획형(J) 일반적인 특징: 체계적이고 직적이며, 갑작스러운 변화나 즉흥적인 상황을 싫어하며,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인식형(P) 일반적인 특징: 즉흥적이고 유연한 것을 선호하며, 계획을 짜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더 편안하게 느낀다





주섬주섬 책장으로 가서 신혼 때 샀던 가계부를 찾았다. 몇 장 쓰지 않고 고이 간직되어 있던 가계부 다이어리다 여기에 미리 필요한 물건을 정하고 구매하는 연습을 해보기로 한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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