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갱 입문하다

편의점 1+1, 2+1의 늪에 빠지다

by 으내

언제부터 우리는 호갱이 되었을까?

호갱은 '호구(바보)'와 '고갱님(고객님을 비꼬아 발음한 것)'이 합쳐진 신조어다.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손님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선크림!!

쿠션!!

틴트!!!

눈썹

쌩얼같이 수수해 보이지만 오늘도 할 건 다 하고 출근길에 나섰다. 결혼 전 내가 살던 오피스텔은 서울 외곽이었지만 버스를 타면 회사 앞까지 한 번에 갈 수 있어고 종점과 많이 가까워서 늘 앉아서 갈 수 있었다. 버스를 40분 정도씩 타는 건 서울생활에 큰 불편함을 못 느꼈다. 물 한 모금도 못 마셨다는 걸 집 밖에 나와서 알아차렸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앞 편의점으로 들어섰다.


'우유 하나 사서 버스에서 마셔야지'


핸드폰으로 버스 도착예정시간을 업데이트하니 도착 4분 전이라고 뜬다. 우유 매대 진열장으로 가니 새로 출시된 우유들이 줄지어 있고 우유 이름만 읽어봐도 맛이 느껴진다. 새싹보리우유, 블랙보리우유, 시나몬초코우유, 너티초코.. 이런 시간이 1분 지나가버렸다. 궁금하긴 한데 맛이 보장되지 않았으니까 괜히 잘 못 샀다가 돈아까 울 수 있다고 생각하며 딸기우유로 시선을 돌린다. 딸기에몽, 우유 속에 딸기과즙.. 가격을 보려고 시선을 내리니 행사기간이라고 적혀있다. "2+1" 왠지 한 개만 사면 내가 우유를 너무 비싸게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2개를 사서 1개를 증정용으로 받고 3일 동안 먹으면 이득이겠지'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는 사이 진동이 울린다.


'5626 번스 전 정류장 출발'


아뿔싸!! 늦겠다

딸기우유 3개를 들고 계산대로 간다


점원: 봉투 필요하세요?

나: 네! 넣어주세요

점원: 4,020원입니다.

검정봉투에 우유 3개를 담아서 나와 그대로 버스로 탑승했다


오늘도 버스 뒤에서 두 번째 자리에 착석하여 우유하나를 빨대에 꽂아 한 모금 들이키며 생각한다.

'우유하나 사러 갔다가 한 봉지를 들고 왔네' 내일 먹는다고 해도 회사로 갔다가 다시 집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생각에 급 후회가 몰려온다. 집에 갈 땐 사람 많이 타서 끼이는데 우유가 터질지도 몰라 아 맞다! 오늘은 퇴근하고 약속이 있어서 바로 집으로 가지도 못하는데 어떡하지? 이 우유를 빨리 처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안녕하세요~ 우유 하나 드실래요?"

내 옆자리의 대리님과 과장님께 우유를 하나씩 건네줬다. 인심 좋은 회사 동료 코스프레를 하며 우유를 건네는 내 속마음은 '고맙죠? 점심 먹고 커피 한잔 사주시면 저도 고맙겠어요' 였던 것 같다

어쩌다 우유를 받은 대리님과 과장님은 럭키한 미소를 띠며 타닥타닥 자판을 두들긴다.



다른 이에게 무언가를 줄 때는 아무 대가 없이 기대 없이 줘야 된다는 걸 그날 오후 나는 다시 한번 느꼈다.

'그래.. 누가 우유 달라고 했어? 내가 준거잖아 내가'

우유 한 개를 4,000원에 먹었던 그날의 속상함은 싹 다 잊은 채 다음날 방안갓처럼 편의점에 들러 새로운 1+1 상품을 찾아 헤던 나날이었다. 한 개 가격으로 두 개 주는 거니까 이건 분명 이득인 거야


나: 이거 1+1 맞죠? 통신사 카드 할인 좀 해주세요

점원: 고객님 행사상품은 제휴할인이 안됩니다


그 이후로도 한동안 나는 마법 같은 편의점의 마케팅에 순수한 양이되어 충동구매를 일삼았다. 그렇게 내 오피스텔 속 냉장고는 미니 편의점이 되어 갔다는 이야기다.


편의점 호갱을 벗어나기 위해 내가 한 노력

편의점은 퇴근 후에 가서 필요한걸 한 번에 구입하기(통신사 할인이 1일 1회임을 감안)

필요한 물품은 메모장에 적어서 가기

유통기한 내에 다 먹을 수 있는지 체크하기

3사 편의점 어플을 통해 행사물품을 미리체크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기

계산대 앞 유혹상품들에 눈 마주치지 않기





목표한 상품 하나만 들고 당당히 나오는 것. 그 순간의 뿌듯함은 어느 것보다 훨씬 달콤하다





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