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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으내 Jul 18. 2024

학부모 참여수업 후 타이레놀 한 알


첫째의 학부모 참여수업 공지문을 받고서 줄 곧 기대하며 기다렸다





올해 처음 유치원에 들어간 첫째는 6월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유치원에 들어가는 걸 힘들어한다

유치원 버스도 타지 않으려고 해서 매일같이 라이딩을 한지도 4개월이 지났다

낯선 환경에 적응이 오래 걸리는 성향이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래 걸린다




3월 신입생 적응기간이 끝나고 4월 초 1학기 학부모 면담기간에 담임선생님과 대화 중 (대문자 F인 나는)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정말이지 T이고 싶다. 울일도 아니었다.. 그냥 우리 아이 성향과 잘 부탁드린다고 이야기하면서 내 눈이 촉촉해지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티슈를 주셔서 그만




내 뱃속에서 나왔지만 정반대 성향의 형제


첫째는 이랬다


낯선 환경에 적응이 오래 걸리는 아이

완벽주의적인 성격의 아이

규칙을 잘 따르는 아이

마음이 여린 아이

예민함 세심함



첫 단추가 잘 끼워졌어야 하는데 첫 기관에서의 안 좋았던 기억이 걱정인형이 되어 늘 나를 불안하게 했다




4살 때 졸업했던 애착인형을 다시 꺼내 들고 다니던 첫째에게 애착인형 키링을 만들어서 가방에 달아주었다

첫째의 애착인형 키링


"현아 이제 유치원에는 인형 가지고 가는 거 아니야"


첫째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고(집에서 차 안에까지만 가져가고) 차에서 내릴 땐 가방에 달린 키링을 빼서 손에 꼭 쥐고 등원을 했다


그마저도 입구에서 안 가겠다고 매일같이 버팅기고 씨름하고.. 원감님과 원장님의 특단의 조치가 이루어졌다

등원할 때마다 교무실로 들러서 스티커를 주고 그 스티커를 다 모으면 캐릭터 스탬프를 주기로!!


무엇이 그렇게 아이를 불안하게 했을까?




5월, 6월 한 번씩 담임선생님과 전화로 면담을 했다 원에서 적응은 했는지 어떤지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같았다


"현이 어머니~ 들어올 때는 힘들어하는데 들어와서는 씩씩하게 잘하고 친구들하고도 잘 놀아요!"



'들어갈 때만 힘들어하고 안에선 잘하는구나!'


처음에 낯을 가리긴 해도 아파트 놀이터에서는 친구들과 주도적으로 노는 아이라 잘하고 있겠지 싶었다







아침부터 폭우 같은 비가 쏟아지는 오늘은 학부모 참여수업날이다


인원이 많은 관계로 오전과 오후로 나눠서 진행이 되고 부모 중에 1명만 참석이 가능하다고 해서 아빠를 보낼까 하다가 그래도 엄마가 가는 게 낫겠지 싶어 엄마껌딱지인 둘째를 먹을 걸로 유인해 아빠에게 붙여주고 유치원으로 향했다



일정은 이랬다


강당에서 연극공연을 관람 후 -  반에서 음악수업을 학부모와 함께 참여 후 - 담임선생님이 수업하시는 만들기 수업까지 함께 참여


엄마와 함께 들어갈 때부터도 경직이 되어있는 첫째

인형탈을 쓴 오늘공연 주인공 토끼가 입장할 때 인사하며 하이파이브를 하는데도 굳은 표정으로 들어간다

"현아~ 인사하자 하이파이브 하자" 말해보지만 묵묵부답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따라 들어갔다


학부모 참여수업 관람 공연


공연을 보는 중 주인공 토끼가 질문을 하니 여기저기서 '저요 저요' 손을 들고 있는데

우리 현이는 얼음이 된 마냥 꼼짝도 안 하고 있다


이런 모습처음이었고 굉장히 낯설었다

심장이 덜컹..


'얘가 오늘따라 왜 이리 경직이 되어있지'


공연 내내 내 얼굴도 함께 경직되었지만 순간 내  머릿속에 둘째가 생각났고 '에효 그럴 수도 있지 뭐'  하며 한숨 돌리고 공연에 집중했다. 아이가 한 명만 있었다면 이런 첫째의 행동에 더 초초 예민하게 반응했을 것이다.



외식을 한 어느 날이었다 

80분의 시간이 주어진 무한리필 샤브샤브집 아빠는 음식들 대령하랴 엄마는 테이블에서 아이들보랴 분주하다. 밥을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어느 정도 배를 채우고 얼마 먹지 못한 남편 편하게 먹으라고 둘째와 바깥으로 나왔다.


나가는 길에 입구에서 대기하는 할아버지께 가서 1차 애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손 흔들어주기, 그때 화장실에서 나오는 할머니  분이 우리 둘째가 손 흔드는 모습을 보시고 이렇게 얘기했다

"아이고 집에서 교육을 잘 받았나 보네~"


마음 한이 불편했다. 부끄러움이 많아 반가워도 인사를 잘 안 하는 첫째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아직 교육이라 하긴 그렇지만 첫째를 신경 썼음 더 신경 썼는데 칭찬은 사람을 좋아하는 둘째가 받는다




음악시간

몸을 움직이지도 않으려고 하는 첫째를 안아 들고 오버해 가며 어색함을 없애고자 안간힘을 썼다.

(하.. 이렇게 몸을 쓸 줄 알았다면 아빠를 오라고 할걸 그랬나ㅠㅠ )




마지막 담임선생님과 함께하는 만들기 시간이다

여전히 무표정의 요지부동. 율동은 따라 하지도 않고(이건 좀 알고 있었다. 집에서는 오두방정 밖에서는 시크) 만들기는 좋아해서 초집중한다

평소 현이가 친하다는 친구 이름을 알고 있었는데 그 친구와는 인사도 안 한다 허허허 '친한 거 맞니? 혹시 너 혼자 친한 거니'


2시간가량이 흘렀고 간식주머니를 받아 들고 나왔다 여전히 비가 오고 있었고 남편차가 마침 도착했다. 그렇게 차에 탄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아무 말도 하기 싫었다




아 왜 이리 머리가 아프지?



낮잠을 자고 일어난 아이들을 아빠와 함께 놀이터로 내보냈다. "여보 좀 나가 나가!! 나 머리 아프니까 아주 급한 일 아니면 찾지 말고 나 약 먹고 한숨 잘 거야"


타이레놀 한 알을 먹고 침대에 누웠다



뭐가 잘못된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어떻게 해야 하지..



일단 한숨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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